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살 빼기 전에 물부터 빼라

순환으로 잡는 비만, 상양

김영욱(감이당 대중지성)

비만(肥滿)이 뭐 길래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는 문구는 진부해 보이지만, 아직도 충분히 유효하다. 아니 한 줄기 구원의 손길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TV에서는 각종 몸짱이 튀어나와, 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몸을 과시한다. 반면에 뚱뚱한 사람은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이다. 뚱뚱함은 곧 자기관리에 소홀함을 보여주는 치부가 되어 버렸다. 또한 정도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비만이란 무시무시한 낙인이 찍히고, 성인병에 걸리고 싶지 않다면 살을 빼야 한다고 협박당한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들과의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우리는 몸무게에 집착하지만 비만의 핵심은 저울계 숫자가 아니다. (숨은 비만ㅠ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 비만이 무엇인지부터 알아 봐야 한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계의 바늘만으로 판가름할 수 없다. 말라 보여도 근육은 생존에 필요한 정도가 전부고, 체지방이 몸을 뒤덮고 있다면 마른 비만이라고 본다. 반면에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하더라도, 신체가 근육으로 충만하다면 비만이라고 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말하는 비만은 지방과 근육과의 밀당 속에서 결정된다.

이번엔 글자 그대로 풀이해 보자. 비만의 비(肥)는 월(月)과 파(巴)로 이루어져 있다. 월(月)은 몸에 관계된 용어로 쓰일 때 고기나 살을 뜻하고, 파(巴)는 물건의 알맞은 모양을 뜻한다. 둘을 합치면 살이 알맞게 찐 상태를 이르는 말이 된다. 비(肥)는 원래 준마(駿馬)를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었다. 적토마의 궁뎅이를 떠올려 본다면 알맞게 찐 살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느낌이 좀 잡힐게다. 원래 동양에서는 살만을 가지고서, 건강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또한 미관상으로도 살은 잘먹고 잘사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滿)은 물을 뜻하는 수(水)와, 좌우 구분 없이 평평히 많음을 뜻하는 만(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른바 물이 구석구석 가득한 상태를 나타낸다. 비(肥)에 만(滿)이 라는 글자가 합쳐져  비만이 병증의 하나로 여겨진다는 것을 보면, 이렇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살들의 구석구석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는 한의학에서 비만을 보는 관점과도 연결 된다. 한의학에서는 체내의 수분대사에 문제가 생겨, 불필요한 노폐물이 쌓여 있는 상태를 비만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체지방률만을 가지고 비만을 판단해도 되는 걸까.

지방 vs 물

에드먼드 뒬락, <왕자를 구하는 인어>


지방이 우리 몸에 축척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먹은 열량만큼, 에너지로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남는 에너지는 고스란히 옆구리에, 아랫배에, 온몸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지방은 고된 운동이나 노동을 30분 이상 지속해야 에너지로 다시 사용되는 일종의 비상식량이다. 지금처럼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시대에, 비상식량을 주렁주렁 달고 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시켜보자. 지방이 쌓이는 과정은, 굳이 필요 없는 물건들을 잔뜩 움켜쥐고 집착하면서, 베푸는 것에 인색한 우리와 무서우리만치 닮아있다. 그런데 지방을 조절하는 문제까지도 다를 바 없다. 창고 속의 물건들을 꺼내어 더 예쁜 창고를 짓는 것.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마저 내 안에서 벌어지는 욕심과 집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방이 ‘뚱’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외부와 ‘뚱’한 채로 단절되어 있다.

이번엔 수액대사를 조절하는 문제로 넘어가보자. 물은 언제나 흘러야 맑고 깨끗하다. 하지만 고여 있는 물은 악취를 풍기며 썩는다.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할 것들이, 몸 안 곳곳에서 정체되면 썩어서 독소를 배출한다.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통로들은 노폐물들로 인해 좁아져, 과부하를 일으키고 열을 발생시킨다. 불필요한 열은 또 다시 순환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점점 더 노폐물들은 쌓여가고, 그것이 곧 비만을 낳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환이다. 정체되어 있는 물들은 흘러가도록 만들어, 불필요한 것들은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며 먹은 만큼 내어놓아야 한다. 결국 살을 빼는 문제도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위함이 아니던가. 몸을 소통을 위한 도구중의 하나로 떼어내어 볼 것이 아니라, 순환의 고리 안에서 생각해야한다. 몸과 마음은 언제나 함께 간다. 결국 비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수분을 조절하는 문제다! 



대장의 마법, 설사와 변비

수분을 조절하는 내장기관은 신장이나 방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주목해야 할 장부는 대장이다. 대장은 소장을 지나온 찌꺼기들 속에서 수분을 흡수한 뒤, 대변을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대장은 오행에서 금(金)으로 배속되는데, 금은 돌이나 쇠와 같은 물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돌이나 쇠는 건조하고 단단하다. 계절로는 가을에 속한다. 여름이 지나고 남아 있는 화(火) 기운들을 잘 갈무리해서 응축시키는 힘이 있다. 가을에 결실을 맺는 열매는 단단하고 건조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 껍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금의 속성이다. 또한 방향성 없이 아무렇게나 흐르는 물에 길을 잡아주는 힘이 금이 가지고 있는 힘 중의 하나다.

대장은 금이 가진 건조한 기운, 수렴하는 기운을 통해서 찌꺼기 속의 수분을 조절한다. 필요한 만큼 수분은 재흡수하고, 대변은 건조시켜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대장에 문제가 생기면 대변을 통해서 가장 쉽게 병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설사와 변비라는 우리들의 지병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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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한 물 먹는 하마다! 대장이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몸 속에 '물 먹는 하마'를 가지고 있다^^


대장은 폐와 함께 금에 배속되었지만, 폐와는 다르게 양적인 금에 속한다. 그래서 폐와는 반대로 따뜻한 것은 좋아하나 습한 것은 싫어한다. 대장이 차가워지면 설사를 한다. 아랫배가 차면 설사한다고, 여름에 덥다고 배를 내놓고 자면 다음날 아침에 설사한 기억들 한번쯤 있을게다. 대장은 찌꺼기 속의 수분을 재흡수 하는 과정에서, 물을 기(氣)화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기화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적당한 열은 좋은 에너지가 된다. 그렇기에 대장이 차가우면 물이 재흡수 되지 못하여, 대변에 물이 가득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대장에 열이 너무 많으면 물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재흡수 된다. 당연히 대변에 적당히 있어야할 수분이 부족해 변이 너무 단단해 진다. 이것이 변비다. 이 변비가 우리의 적 비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설사로 고생하는 이들은 대게 얼굴이 수척하지만,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의 얼굴이 퉁퉁한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과도하게 재흡수한 수분이 우리 몸 곳곳에서 붓기를 유발하고, 어느 한 곳에 뭉쳐 노폐물처럼 쌓인다. 대변과 함께 세상 빛을 봐야 할 수분들이 ‘뚱’하게 우리 몸을 차지하고 있다.

물 잡는 상양

비만을 다스리는 것은, 대장의 문제로 몸 안에 정체되어 있는 물들을 말리는 것! 몸을 건조하게 만드는 데 독보적인 힘을 가진 혈자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상양이다. 상양은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에 속해 있는 혈이다. 대장은 금의 기운을 가지고 찌꺼기를 ‘적당’하게 건조하게 만든다고 했다. 대장경맥 안에서도 상양은 금에 속하는 오수혈이다. 이른바 금의 경맥의 금혈! 게다가 양명경은 육기(六氣)상으로도 금에 속한다. 많고 많은 혈 자리들 중 유일하게 트리플 금의 속성을 가진 혈이 상양이다. 그만큼 금기운이 강하여, 몸 구석구석의 불 필요한 습기를 제거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라는 얘기다.

물과 불은 음과 양처럼 항상 함께 한다. 그렇기에 물을 다스리는 문제는 곧 불을 다스리는 문제도 포함된다. 상양은 몸 곳곳에 습기를 차게 만드는 원인인, 대장의 열을 잡아내는 것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금의 기운으로 화기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화(火)기는 목(木)기가 충분히 있을 때 치성한다. 장작 없이는 불이 탈 수 없듯이. 금기는 이 목기를 억제한다. 목기가 나무라면 금기는 쇠로 만들어진 도끼다. 도끼로 나무를 치듯이, 금기가 목기를 쳐서 목의 기운을 약하게 하면, 화기가 제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금 기운의 스페셜 리스트인 상양은 습을 제거하고, 화기를 다스리는 데 모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상양은 습기를 제거하고, 화기를 날뛰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체질은 어떨까. 몸이 차갑고 뚱뚱한 사람은? 비만이라고 해서 함부로 상양을 자극해도 되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 상양은 효과가 탁월한 혈인 만큼 쓰는 것에도 주의를 요한다. 리스크가 클수록 얻는 것도 많은 것처럼, 효과가 좋을수록 부작용도 심하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체질에 해당한다면 과감하게 상양은 잊어라. 강한 기운을 머금은 혈 자리인 만큼 무턱대고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진액이 메말라 푸석푸석한 피부에, 몸이 더욱 차가워져 설사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생기 없이, 그저 마른 몸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양날의 검, 상양

실컷 주절거려 놓고선 이제 와서 포기하라니 힘이 빠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개 비만인 경우에는 몸에 열이 많고, 변비에 시달리며, 몸이 잘 붓는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비만에 상양이 잘 듣는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양을 찾아보자. 앞서 다루었던 소상이 기억나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소상을 자극하고 오자. 상양 역시 소상과 혈의 위치가 비슷하다. 엄지에서 검지로 바꾸어 생각하면 쉽다. 검지의 손톱 안쪽 모서리부분에 위치한다. 소상과 위치가 비슷한 만큼 고통의 정도도 비슷하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강한 기운을 머금은 만큼 지압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침을 맞는 것도 두렵고, 자신의 체질에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에는 지압법을 먼저 활용해보자. 강력한 무기일수록 사용에도 신중을 요하는 법!

지압을 할 때에도 방향은 아주 중요하다. 상양을 보하면 금기운을 강하게 하지만 사하면 금기운이 약해지기 때문에 자칫 반대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만을 타겟으로 삼는다면 보법을 사용한다. 손끝에서 손목방향으로 쓸어 올리듯 만져주자. 지하철 안에서, 티비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참석 한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문질러주자. 술에 취해 정신줄을 놓더라도 방향은 잊지 말 것!

상양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다이어트 요법 중의 하나가 되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양이 아무리 강력한 혈이라고 하더라도, 혈을 자극하는 것은 기운을 더 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한다면 다이어트가 지금처럼 절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통해서 연습해보자. 비만을 순환과 소통,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고, 상양을 문지르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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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힘차게 달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여주인공이 매끈한 몸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튼튼한 다리, 굵은 허벅지, 씩씩한 폐활량, 생기 넘치는 표정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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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세상에 2012.06.01 11:38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매끈한 몸매가 아닌가요? 역시 세상 살이에 있어 '위선'은 기본인지... 다소 실망이네요.

    • 헐... 2012.06.01 15:03 신고 수정/삭제

      갑자기 왠 매끈한 몸매 타령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위선이고 무엇이 실망이신지 모르겠지만, 맥락없는 말씀은 황당하네요. ^^

    • 으음 2012.06.02 13:21 신고 수정/삭제

      지나가다 댓글 적습니다.
      평소 북드라망의 글을 눈으로만 읽고 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요.

      헐...님, 저 맨 마지막 사진에 달린 글 읽어 보셨어요?

      어디서나 힘차게 달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여주인공이 매끈한 몸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튼튼한 다리, 굵은 허벅지, 씩씩한 폐활량, 생기 넘치는 표정까지! (^^)

      물론 저건 만화니까 어느 정도 몸을 과장해서 그렸다 쳐도 저 정도면 엄청 마르고 길쭉한, 흔히 말하는 '워너비' 몸매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이런 글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살을 빼라(= 다른 사람들 기준에서의 정상 범위로 들어가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앞에서 몸의 순환 어쩌고 하는 좋은 말들 다 무마시켜버리는 '한 방'이랄까요?

    • 감이당 2012.06.02 20:56 신고 수정/삭제

      어익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이렇게 핫이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애니나 원작소설을 통해 받은 느낌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이 만화 속 전형적인 소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는데요. 통념적으로는 우리가 '멋진 몸매'라고 할 때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쭉쭉빵빵한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달소>의 주인공은 그러한 전형적인 외모가 아닌 캐릭터이고, 맨날 달려 다니는 씩씩한 모습이 멋있다 생각했거든요. 저 그림이 굉장히 생동감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매끈한 몸매'라는 단어와 함께 놓이면서 다소 오해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해되는 상황이 되도록 없으면 좋겠지만, 혹시 그럴 경우에도 그런 오해(!)들을 툭 터놓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 분 모두 말씀 감사합니다.
      북드라망 블로그에 대한 애정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요.
      앞으로도 자주 뵙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