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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좋다

[불교가 좋다] 나의 인식 알아차리기

by 북드라망 2018. 12. 11.

나의 인식 알아차리기

 


다른 사람들의 코멘트를 받으면서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질문 : 저는 수성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코멘트를  받는 게 너무 아픕니다. 이런 코멘트를 듣고 있다가는 이상이 생기겠다 싶을 정도로요. 결국 글을 못쓰겠다고 나왔습니다. 3~4년씩 같이 공부했기때문에 친구들과 공부하는 분위기는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하면 숨이 막히고 답답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갱년기라는 병으로 도망간 거 같기도 하고, 너무 놀기만 좋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화스님 : 그 때 당시 어떤 선택을 해도 잘한 것이에요. 남아서 공부를 하면 몸과 마음이 견딜 만 해서 한 것이고. 그 때 그만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나온 것이에요. 오히려 계속하고 있으면 자신이 더 힘들어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크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면 대부분의 선택은 잘한 겁니다. 그것 가지고 너무 이랬었는데, 저랬었는데 할 것은 없어요. 물론 어떤 일도 100%일 수는 없고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인연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이쪽이 보이고 저렇게 보면 저쪽이 보이지만 본인이 선택한 것은 잘 한 것이에요. 나와서 후회해도 잘한 일이고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글 코멘트가 아픈 것은 당연한 것이에요. ‘아파하는 것이 문제다.’라고는 할 수 없어요. 다만 견디기가 힘들면 나와야 돼요. 코멘트가 나한테 아무리 피가 되고 살이 되도 신체가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어요. 이럴 때는 굳이 거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다 몇 개월 지나 괜찮아지면 기웃기웃 하다가 같이 놀면 돼요. 그 선택을 너무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는 이유는 없어요. 같은 일관성이라도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는 일관성이 좋습니다.

질문 :  7월 쯤 까지 글을 올려야 한다는데 저는 그것이 너무너무 압박으로 왔어요. 그래서 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하시던 분들은 계속했죠. 그런데 그 분들도 글이 10월 달까지도 안나와있고, 아직도 제대로 안 올라가고 지지부진한 상태더라고요. 그 분들은 그 상태를 견디면서 같이 하면서 하는 힘이 있는데, 저는 그걸 못 견디겠더라고요.

 

정화스님 : 만약, 마감이 7월이라면 그냥 적당히 해서 내면 돼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우리나라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굉장히 알아주는 저자가 같은 책을 여러 번 교정해서 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생각도 바뀌고 새로운 사실도 나타나고 하니까 또 새 책을 내고 또 내고 그러는 거예요. 7월 달까지는 내 생각을 대충 정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8월이 되면 내가 왜 저런 글을 썼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 글이 어떤 글일지라도 그 시대에 모든 것을 다 담아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글을 마감해야하는 7월이 되었을 때, 몸과 마음이 너무 저항이 심하면 안해야 되지만 ‘내가 완성된 글을 썼어야 되는데’ 이렇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좀 편안하면 올리면 됩니다. 글 내용을 다른 사람이 코멘트 해주면 쓰면 쓸수록 글이 완성도가 높아져요. 코멘트를 들으면 자신이 무시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무시 받는 자신이라는 이미지도 우리가 만든 겁니다. 아 내가 이런 것을 만들어놓았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다보니 갖가지 감정이 올라오면서 힘이 드네요.




질문 : 저는 일생동안 '산다는 게 적성에 안 맞는다.’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문득 죽고 싶다 또는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4학기 니체의 즐거운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생의의지, 힘이라는 부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자기 힘의 발산이고, 그것과 반대되는 죽으려고 하는 것, 자기의 죽음을 행사하는 것도 자신의 힘의 방향이라고 나오는데요. 나는 한 번도 생에 의지를 끝까지 써본 적이 없구나~ 이제 이걸로 끝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의 삶에 대한 불만들이 저변에 깔려있고, 이런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로 제 자신을 밀고 나가는데 있어 발걸음을 떼기 힘이 듭니다.

정화스님 : 아마 여기 계신 분들 사는 과정을 24시간 비디오로 찍어서 감정을 축출하면 다 보살님하고 비슷하게 보일 거예요.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감정해석의 통로가 아주 유사해요. 예전에는 이걸 마음작용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래의 연구에서는 뇌신경 세포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의 구조가 그런 것들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마음이 결정하는 것들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구조와 양들의 강도가 결정을 해요. 그것이 자기를 보는 감정이거든요. 해석의 감정.


우리 뇌에는 아몬드 크기만 한 편도체라는 것이 있어요. 그 안에 신경세포가 1000만개가 있는데 이중에 80% 이상이 ‘나는 왜 사는지 모르겠어.’, ‘이 생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배선이 되어 있어요. 나머지 중 10% 이상만 ‘아 인생은 살만해’라고 생각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인생은 살만해’라고 하는 분도 전체적으로 자기 살아온 감정을 비디오로 떠서 내놓으면 80%이상이 ‘나는 왜 살까’ 라는 말을 하고 살았어요. 보살님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베이스에서 그냥 생각하는 거예요.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고. 나만 인생이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오면서 실제 느끼는 감정은 ‘괴로워’라고 말하면 ‘괴로워’라는 말이 자기를 속이고, ‘살만해’라고 하면 ‘살만해’라는 말이 자기를 속여요. 그러니까 실제 양으로 보면 10%밖에 안 되는 것도 ‘살만해’라고 말하면 마치 100%가 살만한 것처럼 자기를 속이는 거예요. 반대로 실제 이런 감정의 느낌을 보면 ‘살아야할 의미가 뭐가 있어’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일반적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최종이미지에서는 자기를 속이는 거예요. 80%인 것이 100%인 것처럼 속이는 거죠. 어떤 쪽이든 자기를 속이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일상에서 말을 할 때 똑같이 속이는데 어떻게 자기를 속일 것인가가 중요해요. 사실이 중요한 게 전혀 아니에요. 세상을 보는 것은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근래 SF라는 말이 두 가지 말로 쓰이고 있어요. 하나는 science fiction, 하나는 science fact에요. 옛날에는 픽션이 요즘에는 팩트가 된 것이 많아요. 실제로 세상은 사실을 보는 게 아니고 픽션, 해석된 것들을 봐요. ‘내 인생이 왜 이런가’ 라고 말할 때 내가 인생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인생의 영화의 해석을 보는 거예요.


지금 스스로를 어떻게 속일 것인가를 빨리 정해야 돼요. 하나는 아픈 것이고 하나는 덜 아픈 거예요. 그러면 덜 아픈 쪽으로 우리를 속이는 것이 좋아요. 내 스스로가 괴로움의 감정과 공명하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 그렇지 않은 영화를 만들 것인가를 빨리 살펴서 같은 영화를 만드는데 그렇게 만들지 않는 훈련을 해야 돼요. 이것은 철저히 훈련이지 사실이 아니에요. 인생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사는 거예요. 그러다가 70-80되서 아프면 그냥 아픈 거예요. 그러다가 그냥 돌아가시는 것이지. 굉장한 의미를 부여해 놓았어도 나중에 가면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냥 자기 하는 일들이 의미 있다고 보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계속 인생이 허해요. 너가 있는데, 너가 지금 이런 일 하고 있는 건데, 무슨 다른 것이 있느냐, 라고 훈련 해야 돼요. 자기 인생은 이것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망상은 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망상과 현실이 계속 부딪칩니다. 현실이야말로 자기 삶의 백프로고, 망상은 자기 삶하고 별로 관계가 없어요. 그래서 이 망상은 자기가 자기 삶으로부터 소외되는 지름길이예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내보내, 네가 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야.’ 라고 니체는 말했어요. 우상숭배할 필요가 없다고 했죠. 우상숭배를 하니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죠. 쓸데없는 망상, 헛된 꿈을 꾸지 않는 것을 불교에서는 공부,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부처님 깨달음을 만든 노래를 이루아라고 하는데 ‘헛된 꿈꾸지 않고 쉬지도 말라’ 고 합니다. 그냥 사는 겁니다. 그것 이외에 다른 의미는 찾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를 찾는 순간 자기 인생에서 자기가 소외되니까요. 저도 자꾸 그런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도 이미 의미를 찾는 것과 똑같습니다다. 우린 어렸을 때부터 사고 방식이 그런 쪽으로 훈련이 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로부터 나를 소외시키는 인식이나 감정이 나오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 훈련이 필요합니다.


- 정리_감이당 수요대중지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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