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계피의 매운 맛에는 이런 효능이?!

계피 먹고 맴맴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달나라의 계수나무

계수나무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달나라, 토끼, 방아, 월계수잎. 맞다. 옛날에 많이 듣던 얘기다. 이야기 속 달나라의 토끼는 계수나루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아주 딴판인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옛날 중국에 오강이라는 사람이 죄를 지어 옥황상제로부터 벌을 받게 되었다. 그는 달나라로 귀양을 가서 계수나무를 도끼로 찍어 넘기는 힘든 일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강이 계수나무를 찍을 때마다 나무에서는 도끼 자국 난 곳의 상처가 금방 새롭게 돋아났다. 오강의 처절한 도끼질은 아직도 계속되지만 달나라의 계수나무는 넘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쓰러지지 않는 나무를 계속 베어 넘겨야 하는 형벌이라. 완전 무기징역이나 다름없는 기묘한 형벌이다. 더구나 달나라에 사는 게 토끼가 아니라 죄수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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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은 아직도 계수나무와 싸우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달, 그 안에서 야근 중인 오강.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만으로도 달이 다시 보인다. 이야기의 힘은 세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형벌을 만들어낸 것일까. 일단 계수나무의 이름에서 답을 찾아보자. 계수나무를 뜻하는 계(桂)는 나무 목(木)과 흙 토(土)가 두 개 모인 규(圭)로 이루어진 글자다. 흙이 켜켜이 쌓인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계수나무인 셈이다. 반면 계수나무가 있다는 달은 수기(水氣)에 해당한다. 물과 흙과 나무의 환상적인 조합. 형벌은 바로 이것 때문에 생겨났다. 그냥 두면 두 개의 토가 수를 극하고 물의 기운을 받은 계수나무는 달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게 되는 것. 이걸 막기 위해서 계수나무 밑에 도끼 든 사람을 두고 달을 구하게 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달그림자가 방아 찧는 모습보다는 오강이 계수나무를 찍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뭐 눈에 뭐만 보인다^^) 서슬 퍼런 도끼날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계수나무.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이 계수나무는 불사의 묘약이었다. 범려나 팽조 같은 저명한 선인(仙人)들도 계수나무의 꽃과 잎을 복용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럼 이 생명력 강한 나무에서 얻은 계피는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계피는 계수나무 혹은 육계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의 껍질이다. 나무의 어느 부위를 취하느냐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어린 가지를 자른 것은 계지(桂枝), 굵은 가지의 겉껍질을 벗겨 말린 것은 계피(桂皮), 나무줄기를 벗겨낸 것은 육계(肉桂)라고 부른다. 이름이 다 다른 만큼 그 작용도 조금씩 다르다. 약재의 성질이 가볍고 맑으면 몸의 위쪽과 바깥쪽에 작용하고, 성질이 무겁고 탁하면 몸의 아래쪽과 안쪽에 작용한다. 같은 나무에서 얻은 것들이지만 다 쓰임이 다른 이것. 이 다용도의 쓰임 때문인지 중국인들은 계피를 ‘백약의 우두머리(百藥之長)’이라고 불렀다. 끈질긴 생명력과 폭넓은 쓰임. 오늘 공부할 계피다.

막힌 것들, 다 비켜

계피는 특유의 향이 있으며 맛은 맵고 달다. 성질은 뜨거운 편에 속한다. 계피는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고 한기(寒氣)를 몰아내고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만든다. 간이나 폐의 기를 고르게 하며, 쥐가 나는 것을 낫게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에는 온갖 약기운을 고루 잘 퍼지게 하면서도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지만 유산시킬 수 있는 약재로 소개되어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할 예정!). 이는 모두 계피의 성질이 신감열(辛甘熱)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운맛은 발산하는 성질이 강하다. 거기다 뜨겁기까지 하니 속을 덥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속이 뜨거워지면 뭉치는 성질이 있는 풍한(風寒)을 발산시키고 흩어버린다.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으슬으슬 추울 때 생강과 계피를 함께 끊인 생강-계피차를 마셔보라. 그냥 생강차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단, 평소에 몸에 열기가 많은 사람들은 계피를 삼가는 게 좋다. 몸에 열이 많은 상태에서 뜨거운 기운을 가진 약을 먹으면 되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피의 단맛은 대부분 비위로 들어간다.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들어가서 비위를 따뜻하게 만든다. 비위가 따뜻해지면 비위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소화기가 차거나 소화장애가 있는 경우, 복부가 차서 일어나는 복통과 설사에 계피를 쓴다. 그럼 소화가 안 된다는 건 어떤 것인가. 속이 더부룩하여 내려가지 않거나, 배가 차고 아프면 일단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 알겠다. 계피가 다양한 음식에 왜 향신료로 이용되는지. 향미가 독특해서 식욕을 돋우기도 하지만 소화를 돕는 기운이 있기 때문인 거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질환에 계피가 자주 이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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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맛 사탕을 어렸을 때는 끔찍이도 싫어했다. 할머니들이나 먹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가끔 계피사탕이 먹고 싶다. 입도 자주 마른다. 계피가루를 듬뿍 뿌려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 나와 같은 부류라 짐작한다.^^


계피의 뜨거운 기운은 활혈(活血)작용을 한다. 활혈은 피를 잘 돌게 하고, 탁한 피를 살린다는 의미다. 활혈은 주로 어혈을 풀어준다. 어혈(瘀血)은 핏속에 노폐물이 쌓여서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 피가 한곳에 모여 움직이지 않는 것, 혈관이 터져서 고인 피가 뭉친 것 등을 말한다. 활혈은 이러한 어혈을 풀고 피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주의할 것은 임산부에겐 활혈약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활혈약은 임신 중의 태아도 뭉친 피로 간주해 파혈(破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혈약은 산후에 출혈이 계속되거나 오래된 이질과 대변시에 출혈되는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한다.

金剋木, 木生火
   
매운 맛은 金의 맛이다. 金은 수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운 맛을 가진 약재들은 흩어내기만 하고 수렴하지 않는다. 생강도 그렇고 계피도 그렇지 않은가. 계피의 매운 맛은 금미(金味)라 당연히 폐(肺)로 들어간다. 金기운은 만물을 수렴하고 응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金기운을 가진 매운 맛이 수렴하는 성질이 아니라 발산하여 흩어내는 성질로 몸에 작용한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매운 맛이 몸에 들어오면 몸이 후끈해지면서 땀이 난다. 몸안에 들어간 약성분이 몸에 작용해서 기운을 끌고 몸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매운 맛의 본체는 金이지만 木의 기운처럼 작용하는 셈이다. 그럼 木기운은 金기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오행은 서로 극하기도 하지만, 서로 도와서 상생하기도 한다. 木과 金의 관계는 금이 목을 치는 관계이다. 단단한 도끼날이 나무를 찍어 넘어뜨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이를 ‘금극목(金剋木)‘이라 한다. 그러나 나무는 굵고 단단한데 도끼가 장난감처럼 작고 날도 무디면 금이 목을 이길 수 없다. 오히려 木이 金을 업신여기며 덤비게 되는데, 이를 ‘목이 금을 모(侮:업신여긴다)한다’라고 한다. 목과 금은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금은 목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매운 맛이 金기운의 자극을 받아서 木의 작용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계피가 활혈작용을 한다는 것은 심(心)에 작용한다는 말이다. 매우면 따뜻한 기운을 내서 심의 火기운을 돕는다. 木과 火는 따뜻하다. 목의 기운이 많으면 화의 기운이 힘을 얻는다. 왜냐? 나무가 많으면 불이 훨씬 크게 오래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목생화(木生火)라고 한다. 목은 화를 생(生)하는 관계이다. 고로 목을 화의 어미라고도 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조건없이 베푸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몸에서 보면 간목(肝木)은 혈의 노폐물을 거르고 독소를 해독해주어 심화(心火)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은 오행 중에 火로 혈맥을 주관한다. 피를 돌리는 일은 심장이 주로 하지만, 폐장의 기운이 없으면 온몸에 골고루 퍼져 쓰이지 못하며, 피를 저장하는 일은 간장의 작용이다. 양의의 생리학으로 말하자면, 간장에서는 몸을 돌고 온 피를 걸러서 독소를 제거하고, 우심장으로 들어간 피가 폐에서 산소를 얻으면서 재생되고, 좌심장을 거쳐 온몸으로 뿜어져 나간다. 폐장은 심장을 감싸고 있으면서 심장을 보호하고 돕는다. 심이 활혈하려면 간목(肝木)과 폐금(肺金)의 작용이 모두 필요하다. 간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곧 심을 덥혀서 피를 잘 돌게 하는 것이다. 계피의 매운 맛은 木의 기운으로 작동하여 심화(心火)를 돕고, 심은 활혈하게 되는 것이다.



달빛의 향기, 계피향

계피는 후추, 정향과 더불어 3대 향신료 중 하나로 청량감, 고급스런 향이 특징이다. 계피의 정유 성분(계피유)은 계피를 증류하여 얻은 물질로서 특유한 향기 및 감미와 신미가 많다. 계피유는 피클, 햄 같은 가공식품이나 콜라, 빵, 과자, 떡 등의 간식류 이외에도 각종 요리에 폭넓게 쓰여 맛과 향을 낸다. 
  
모든 나무껍질이나 뿌리에서 나오는 약은 외부와 접하는 거친 부분(약제의 불순물)을 반드시 긁어내 제거한 다음 약으로 써야 한다. 계피나무의 수령이 오래될수록 정유 성분의 함유량이 높아서 약재의 등급도 높다. 나무의 수령이 25년 이상이어야 최상급의 계피가 되는데, 정유 함량이 약 5%다. 수령 10년 이상의 계피에서 나오는 정유 성분은 향수나 화장품 등의 고급 향료로 쓰이고, 음식의 향신료로 쓰이는 등급 외의 계피는 정유 성분이 약 1% 정도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계피가 어떤 등급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겉껍질을 제거하고 속심과 코르크층까지 제거하고도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상품의 계피는 쉽게 구하기 어렵다. 그러니 집에서 등급외 계피를 쓸 때는 칼로 겉껍질을 긁어내고 물로 껍질 안팎을 박박 씻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 수정과 만들 때는 꼭 그렇게 해야겠다.

계수나무는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늘 푸른 나무이다. 고온다습한 곳의 기운을 잔뜩 머금어 성질도 뜨겁고, 맵고 단맛을 얻어서 흩어내는 힘이 강하다. 계피가 가진 성질(辛甘熱)은 움직이는 힘이 강하다. 그 움직임이 막히고 뭉친 것을 뚫고 흩어버린다. 폐의 중요한 작용으로 수액을 전신에 산포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폐의 선발(宣發)이라고 한다. 계피의 매운 맛은 폐로 들어가 이러한 선발 작용을 하게 된다. 수액에는 피와 땀, 눈물, 침, 콧물, 소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진액들이 있다. 계피를 먹으면 폐의 작용을 강하게 하여, 땀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활발히하는 등의 진액대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계피가 온갖 약을 골고루 퍼지게 한다는 것도 폐의 선발 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이르는 말인 듯하다.
 
계피는 생강보다도 몸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 몸을 데우고 땀을 내며 피까지 활발하게 돌린다. 수정과는 차게 먹는 음료지만 몸에 들어가면 더운 음료보다도 더 뜨겁게 작용한다. 이 뜨거움으로 소화도 시킨다. 소화는 생명력의 근간이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생명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 맵고 따뜻한 기운, 끈질긴 생명력, 계피. 이제 계수나무하면 떠오를 이야기 하나가 더 생겼다. 자, 달밤에 수정과 한 잔 어떠신지. 달빛 혹은 계피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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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조정원 2012.05.31 17:56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궁금한게있는데요...

    목과 금은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금은 목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매운 맛이 金기운의 자극을 받아서 木의 작용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원래는 금극목이여서 극하면 간목의 작용이 오히려 떨어지게 되진 않는지요
    아니면 극할 정도가 아닌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정도로 상응하다보니
    극으로 나타나지않고 오히려 목이 탄력을 받게 되는건지 궁금합니다

    오행은 의외로 난해하네요
    상생상극 상모까지 규정지어 생각하다보면 틀에 갇혀서
    이해의 폭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늘 좋은 글들 감사히 읽고있어요...

    • 도담 2012.05.31 22:07 신고 수정/삭제

      매운 맛은 본래 금에 배속되는데 그 작용은 화로 쓰이기도 목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위 필자는 목으로 본 것이구요.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의 글을 조금 부연하자면, 금기운의 자극을 받은 목이 화를 생하여 화의 기운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걸 '항해승제'라 합니다.^^

  • 조정원 2012.05.31 23:08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그렇다면.....
    자극하는 금기운에 반응해서 결국 금을 극하는 화가 드러나 조절하게 되는 걸로 볼 수도 있나요?
    그리고 배속된 금의 작용 자체는 그리 드러나지 않는 건가요
    계피만의 특성인지요?

    만약 금의 기운이 태과하여 목을 치는 경우에도
    항해승제가 일어날수있나요?

    또 매운 맛이 금에 배속되고 목과 화의 작용으로 나타날수 있다면
    모든 오미가 그러는지 예를 들면
    신맛은 목에 배속되고 작용은 토나 금의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아니면
    계피의 매운맛만 그렇게 드러나는지도
    궁금합니다....

    • 도담 2012.06.01 00:20 신고 수정/삭제

      하하 궁금한게 많으시죠. 특히 오미에는 좀 복잡한 오행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동의보감 강좌 신청하셨으니 수업시간에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요점을 말씀드리자면, 각 오행에 해당하는 오미는 본체와 작용이 다릅니다. 예컨대 매운맛은 금에 배속되지만 작용은 화의 기운을 쓰고 신맛은 목에 해당하지만 금의 기운을 씁니다. 이런 식으로 본래의 오행과는 달리 쓴맛은 수, 단맛은 목, 짠맛은 토의 작용을 합니다. 또는 목과 금, 화와 수. 서로 대대하는 기운끼리 체용을 나누는 논리도 있습니다. 여기선 이 정도로 하고 수업시간에 뵐게요^^

    • 감이당 2012.06.01 14:25 신고 수정/삭제

      우와우! 도담샘의 말씀에 저도 복습을....
      말씀 감사합니다!!!! ^^*

  • 신금이 2012.06.04 22:31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도담 선생님, 고맙습니다^^;

  • 그라디움 2017.01.17 07:25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