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소설가의 일』-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

『소설가의 일』-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



기타를 배울 때, (콩글리시로) '카피'라는 걸 한다. 기타를 들고 앉아 유명한 곡을 들으며 리프를 '따거나', 솔로를 '따거나' 하는데, 바로 이 '딴다'는 것이 바로 '카피'다. 내 품의 기타를 가지고 나오는 소리를 재현하는 작업인데, 악보도 볼 줄 알고, 청음도 할 줄 알면 당연히 훨씬 잘할 수 있겠지만, 잘 몰라도 약간의 기본기와 노가다를 감수할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꽤 괴롭기는 해도, 할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곡 하나를 조금씩 완성해 간다. 정확하게는 그 곡의 플레이를 손에 익혀가는 것인데,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이게 참 재미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그 곡의 리프와 솔로들을 완성해낸 기타리스트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언어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손 끝의 감각으로 전해지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옥타브의 음을 내는 가까운 위치가 있음에도 소리를 들어보면 더 멀리 있는 포지션을 잡고 있다든지 하는 그 만의 독특한 '습관'이나, '의도'가 전해지는 것이다. 단지 '듣기'만 할 때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는 셈이다. 이게 참 짜릿하다. 




'카피'를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소설'을 직접 써 보는 것도 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끄적여 놓은 것들이 생각나면서 벌써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지만) '조금' 써보니 확실히 알 듯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좋다', '감동적이다', '훌륭하다'라고 느끼며 읽었던 소설들이 정말 얼마나 '좋고', '감동적이고', '훌륭한지' 것들인지 말이다. 인간의 삶은 저마다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세상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흘러넘친다. 이걸 잡아서, 글로 옮기면 '소설'이 되겠지만, 실제로 써보니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더라. 


처음에는 주인공은 '이런저런 성격을 가졌다'라고 정해놓고 시작하지만, 써 나가다 보면 그게 도저히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또, 어디쯤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사건이 벌어지면 내용에 아귀가 맞지 않게 되고 만다. 주인공이든 누구든 '인물'은 제멋대로 날뛰고, '사건'은 어디에 끼워넣어야 할지, 어떻게 벌어지게 해야 '자연스러울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까스로 완성해 놓고 보면, 눈 앞에 (김연수의 말대로) '토할 것 같은' 초고(『소설가의 일』 참고), '토고'가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딘가에서는 쓰고 있는 자신의 감정이 격하게, (말 그대로) 토해져 있어서 그걸 쓴 내가 아니면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글도 아닌, '토사물'도 아닌 무언가가 범벅이 되어 있고, 다른 어딘가에서는 '이게 갑자기 왜 튀어나온거지' 싶은 이상한 문장들이 단조롭게 줄을 서 있다. 


이쯤 되면, '아, 소설이란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설가의 일』을 보면 '작가'의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은데, '애호가'의 모험은 여기서 끝난다. 그런데, 이게 꽤 재미있었다. 어차피 남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니까, 마음대로 이러쿵저러쿵 떠들었고, 아귀가 맞든 안 맞든 제 멋대로 이어붙이다 보면, 어쩐지 '소설가'들의 마음이 느껴진달까…, 그랬다. '소설가'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보통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외계인'들은 아닐 것이다. 꿀꺽 삼켰다가 토해낸 이야기들에 끈질게 달라붙어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꿔가며 한편의 '소설'을 만드는 사람들이겠지. '애호가'라면, '소설'까지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토해보는 것 정도는 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기타 카피'랑 똑같은 것이다. '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은 그 느낌을 한번 느껴보면, 그 다음부터는 '소설'을 읽는 재미가 질적으로 달라진다. 약간의 허영을 보태어도 좋다. 어,차,피 '독서'란 워낙에 내밀한 것이니, 약간 '동업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레스토랑 요리사가 다른 가게의 메뉴를 맛보러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소설'을 뜯어보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이 섞여들어가 있다. 그게 완전히 가상의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그게 핵심이다. '가상의 이야기' 속에 '내가' 어떤 식으로 섞여 들어가는지를 한번 보고 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섞여 있는지 포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당연히 '상상'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물론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되겠다. 다른 많은 '정석'적인 방법에 따라 자신을 훈련해 가시라. 그러나, '소설'을 조금 더 즐겁게 읽고 싶다면, 두어쪽이라도 한번쯤 '소설'(비슷한 것)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의 일'에 관한 에세이이지만, 동시에 '소설가 체험'의 교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읽었고, 그렇게 '조금' 써봤다. 그래도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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