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 도대체 '세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하나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 도대체 '세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딱히 오쿠다 히데오의 팬은 아니다. 그러니까 ‘오쿠다 히데오, 너무 재미있어! 신작이 나왔네! 사야지!!’ 같은 느낌은 없다. 그런데, 책장을 보니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한밤 중에의 행진』, 『인더풀』, 『시골에서 로큰롤』까지… '아, 그래도 꽤 많이 읽었구나' 싶다. 여하튼 그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고, 아니지, 오쿠다 히데오는 유머감각이 풍부하니까, 꽤 중요한 작가다.(나는 인간이 갖춰야할 모든 덕목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유머감각'이라고,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


여하튼, 그런 사정이 있는데,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해 읽었다. 『무코다 이발소』를. 뭐랄까, '이거 정말 웃기네' 하며 읽을 걸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였지만, 그렇게까지 웃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웃기지 않아도 좋은 소설임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온 힘을 다해 공부를 시켜 도시로 내보낸 아들이 도로 시골로 내려와 가업(이발소)을 이어가겠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 그 주변의 몰락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몹시 간단한 발상이지만, 21세기 초반 일본 사회, 그와 거의 비슷한, 또는 비슷해 질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아주 간명하게 드러낸다. 




이게 어째서 좋은 소설인가 하면, 무엇보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않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또는 살아갈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그렇다. 말하자면, 서로에게 적당히 신경끄고, 못마땅하더라도 대충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인정할 것은 대충 인정하면서 살 수 있다면, 아무리 달라도 함께 살 수 있다. 정면으로 부딪혀서 맨날 싸우는 것보다는 그게 나은 듯 싶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식의 상호'대충'이 '존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게 대충 서로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을 농단하는 걸 그냥 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쩝.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플롯'의 문제인데,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느낌의 밀도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다. 그런데 또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점이 이 소설의 미덕이기도 하다. 어쩐지 '인간 극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최근에 읽은 『할배의 탄생』과 겹쳐지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쪽이 좀 하드코어 버전이라면, 『무코다 이발소』 좀 더 소프트하다.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보다 좀 더 빨리 안정적인 사회로 진입한 관계로, 극심한 혼란기에서 더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읽는 동안, 완전 시골은 아니지만, 꽤 많은 서울 사람들이 시골(비슷한 것)로 알고 있는 내 고향 인천 생각이 났다. 19살 때, 대학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나에게 무조건 인천 밖으로 가라고 했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 그리고 여전히 청소년기를 보낸 동인천 근방에 작은 방하나, 혹은 가게 한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오늘의 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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