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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1

엄마를 부르기까지, 수만 번 불렀을 '엄마', '아빠'

by 북드라망 2018. 7. 20.

수만 번 불렀을



이제 생후 15개월에 접어든 딸은 하루가 다르게 자기 주장이 강해져 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애교와 귀여움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엄마 아빠를 완전히 지치게 몰아붙이다가도 갑자기 쏘아주는 애교 한번으로 다시 힘을 내게 하고,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뒤로 누워 소리지르며 울다가도 평소 좋아하는 장난을 치면 금방 일어나 까르르 넘어가게 웃고 그러면 또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엄마 아빠도 소리 내 웃게 된다. ‘밀당’의 장인이 있다면 아기가 아닐까.


주말에는 엄마가 눈앞에서 잠시라도 사라지면 “엄마 엄마”를 숨넘어가게 부르며 찾아대는 딸 덕분에 뭘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피로함에 푹 절어 있다가, 문득 이 아기가 어떻게 “엄마”라는 말은 이렇게 또렷이 할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는 우리 아기가 제대로 또렷이 하는 말이 “엄마”와 “아빠”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지금 이 아기의 상태에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돌 무렵의 아기는 언어이해력은 놀라운 속도로 발달하는 데 비해 발음기관 발달이 미숙해서인지 분절된 소리를 내는 일은 변화가 무척 더디다. 그래서 아기의 언어발달을 체크할 때도 할 수 있는 단어의 수보다 언어이해력,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내용을 알아듣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외국어를 배울 때 듣기는 한두 단어만 알아들어도 맥락을 유추하여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소리 내 하는 것은 또 다른 연습이 필요했던 경험을 생각하며 아기의 듣기와 말하기 능력의 차이를 짐작해 보았다.


아무튼, 대부분의 생후 15개월 무렵 아기라면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아빠” 정도이다. 이 외에 “갸갸갸갸” 같은 소리만 내도 언어처럼 들릴 정도로 평소 아기들이 내는 소리는 동물처럼 “우어어” 정도에 가깝다. 


딸이 “엄마” “아빠” 다음에 처음으로 말하는 의미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가 종종 궁금해지곤 했는데, 그 다음 단어를 말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다른 단어를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구나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지금 이 정도의 상태에서 엄마와 아빠를 그렇게 또렷하고 분명하게 발음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구나, 싶어졌던 것이다.


아마 이 말을 하기 위해 아기는 미숙한 발음기관을 가지고 셀 수 없을 만큼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 것이다. “어어어”가 “엄마”가 되기까지, “아아아” “빠파파”가 “아빠”가 되기까지, 아기는 적어도 수만 번 이상 발음하려 하지 않았을까. 소리 내 보지 않았을까. 문득 그렇게 수만 번 넘게 나를 부르려고 노력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아기에게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나는 세상이었다면, 감히 살 만큼 살아봤다고 교만했던 엄마에게 아기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가르쳐 주는 존재였다.



이 신비한 생명,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에게 시시각각 알려 주었고 알려 주고 있고 알려 줄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겠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역시 이것이 아닐까.―우리는 모두 기적 같은 존재다. 우리의 존재가 기적이다.


*만 1년간 연재했던 <아기가 왔다>는 다음주 아빠편을 마지막으로 시즌 1을 끝냅니다. 1년쯤 아기를 키우다가 또 전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쌓이면 “짠-”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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