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아기가... 세상에! 거...걷는다

아기가... 세상에! 거...



아기의 발달은 점진적이지만, 발달의 결과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발견된다. 부모 입장에선 놀랍고, 감동적이고,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특별한 느낌을 가지라고 갑자기 전에 없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딸은 요즘 ‘걷는다’. 걸음마도 아니고, 진짜로 걷는다. 세상에! 걷는단 말이다. 사실 내가 부모가 아니라면, 지금 거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저 녀석이 내 딸이 아니라면, ‘걷는다’는 그 사실은 ‘오! 걷는구나’ 하고 대충 넘어가면 될, 말하자면 여느 사건이나 다름없었을 일이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보니 이게 참 대단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우리 딸의 월령이 14개월인데, 그 전까지는 누워 있거나, 배를 밀거나, 기거나 할 뿐이었다. 그런 딸을 보고 있자면 ‘진짜 쟤가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다니고 그러는 건가? 에이 거짓말 하지 마’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게 참 묘한 기분인데,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걸을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실감이 안 났다. 실제로 걷고 있는 걸 보고 있는 지금도 딱히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실감은 안 나는데 놀랍기는 몹시 놀라운 그런 이상한 느낌이다. 


사실 아빠는 딸이 ‘아빠’, ‘엄마’를 처음 말할 때도 그랬다. 뭐라고 소리를 꽥꽥 지르더니 문득 ‘아~~ㅂ~~빠’ 하는 게 아닌가. ‘어 그래, 아빠, 아빠. 어? 아빠라 그랬어 지금?’ 그런 느낌이었다. 놀랍기는 한데, 얘가 진짜로 말을 한건지 어떤지는 실감이 안 나는 그런 상태였다. 아마 ‘아빠, 엄마, 맘마’ 이외에 좀 더 말 같은 말도 어느 날 문득 해버리지 않을까 싶다. 


아기의 그런 도약과도 같은 발달이 실감이 안 나는 이유는, 아기가 워낙 천천히 오랫동안 반복적인 연습을 거듭하다가 갑자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올라서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니까, 우리 딸은 불과 지난 달까지만 해도 겨우 걸음마 몇 걸음 걷는 수준이었다. 공원에 산책을 가보면 우리 딸보다 덩치가 작은 아기들이 걷다 못해 뛰어 다니는 걸 보며, 아빠는 부끄럽게도 ‘우리 애가 좀 느린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진상을 보자면, 우리 애가 월령에 비해 조금 큰 편이어서 일어난 착시 효과였다. 일례로 엄마와 손잡고 산책 중이던 아기가 유모차에 앉은 우리 딸을 보고 ‘언니’라고 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 친구가 더 ‘언니’ 같았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의 압권은 그녀의 엄마마저 ‘어 그러네. 언니네 언니’ 했다는 점이다. 흠... 우리 딸은 대단히 튼튼하다. 각설하고, 어쨌든, 우리 딸의 발달 상황은 느리지도 않고 거의 딱 평균에 가까운 정도다. 말하자면 아빠는 초조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기들은 발달의 다음 단계로 나가기까지 (부모가 보기에) 정말 무수하게 연습을 반복한다. 우리 딸도 그렇다. 12개월 무렵부터 스쿼트 비슷한 걸 하면서 다리에 힘을 붙이는가 싶더니, 서서 벽을 짚어가며 이동하였다. 그때부터 걸음마가 가능해졌는데, 손을 잡으면 일단 뿌리치고 보는 우리 딸의 성향상 ‘아빠와 함께 샤랄라 걸음마’를 자주 할 수는 없었다.ㅠㅠ 그래서 손수레를 사주었는데, 하루에도 수차례 손수레를 밀며 집안 곳곳을 훑고 다녔다. 아빠는 사실 좀 무서웠다. 누워 있다가 깔릴 것 같기도 하고, 서 있다가 치일 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보조기구들을 이용해서 연습을 하더니 어느 날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성큼성큼, 뒤뚱거리며 가는 게 아닌가!?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그게 사실 ‘연습’, 그러니까 어떤 목표를 향해서 정진하는 노력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아기에겐 그게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걸 ‘연습’이라고 하는 건 부모가 사후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아빠는 새삼 아무 목적도 없는 ‘놀이’가 아기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고백하자면 그렇다. 아기를 키우면서 아빠는 무수히 많은 걸 배운다. 특히 인생에는 사실 아무런 예비된 목적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배운다. 부디 딸이 자라고 아빠의 욕심도 함께 자라는 중에도 아빠가 그 사실을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_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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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조각달 2018.07.13 16:13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아직 결혼은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는 이십대 학생인데요, 우연히 들어와서 글을 보게 되었는데 저까지 벅차고 기쁜 그 감정이 전해지는듯 해요 ㅎㅎ 우리 아빠에게도 내가 이런 존재였겠죠? ㅎㅎ 자상한 아버지 응원합니당! 아가도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래요~~

    • 북드라망 2018.07.16 14:18 신고 수정/삭제

      그럼요! 아버님께서도 조각달님의 성장과정을 보시면서 매번 경탄하셨을거여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