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안녕, 감기? 잘 지내고 있니?

오, 감기!

풍미화
(감이당 대중지성)

감기, 너는 무엇이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기에는 약이 없다는데, 생강이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감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감기(感氣)는 말 그대로 ‘기운을 느낀다’는 뜻이다. 우리의 몸은 늘 외부의 기운에 반응하고 있다. 외부의 기운이 들어와서 몸의 항상성에 문제를 발생시킬 때, 이런 상태를 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감기란 현재 내 몸의 항상성이 교란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병의 시작을 감기라 하기도 하고, 모든 병은 감기의 다른 버전이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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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고뿔이라고도 부른다. 코에 불이 난 것 같은 열감이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누구나 감기 한 번쯤은 걸려봤을 거다. 맞다. 감기는 병이 아니라 인류의 공통언어 같은 거다. 누구나 경험하고 말할 수 있고 느끼는 그것!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를 아데노 바이러스나 리노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소위 감기 증상을 초래하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들 바이러스는 추위와 관계없이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지면 증식이 더 쉽기 때문에, 습도가 낮은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양의(서양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이 되는 실체(병원체)를 찾아서 그것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을 만드는 원리도, 수술 치료를 중시하는 것도 병원체를 아픈 사람의 몸에서 분리하기 위해서이다.
   
동양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단순히 병원체에서 찾지 않는다. 상반되는 기운, 혹은 비슷한 기운들의 충돌과 결합이 몸에 일으키는 병리적인 작용을 병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몸에 부족하거나 혹은 넘치는 기운을 보(補)하거나 사(瀉)하는 방법으로 병을 다스리는 것이 동의의 치료법인 것이다. 원인의 제거보다는 원인과의 공생을 위한 관계 개편에 힘쓰는 것이다. 생명체는 내부 기운과 외부 기운의 작용에 기대어 생존을 이어간다. 병의 원인이 되는 기운이 본래부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항상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면 그것이 병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감기의 원인도 무엇이라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몸 안을 들락거리는 기운이 내 몸과 어느 순간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감기는 춥거나 건조한 날씨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몸에 무리가 와서 약해졌을 때, 좀 쉬라는 의미에서 감기에 걸리는 것이라고도 한다. 몸이 약하다는 것은 내부 기운이 활발하게 작동하지 못해서 외부 기운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음식이라는 외부 기운을 내 몸에 필요한 내부 기운으로 바꾸는 과정이 소화이다. 병이 나면 제일 먼저 입맛부터 떨어지는 것은 에너지 전환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는 밥이든 약이든 무엇이든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내 존재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약해진 내부 기운이 강한 외부 기운과 감촉하여 병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감기라고 할 수 있다.

풍한사, 오들오들 감기학

만물은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맞물려 움직이는데, 음은 양이 되고 양은 음이 되는 운동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이러한 운동 중에 음양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즉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바로 그 순간에 뭔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뭔가가 생기든지, 뭔가가 사라지든지, 뭔가가 뒤바뀌든지 하는 변화가 생긴다. 천지의 기운을 크게 보면 음양으로 나누고, 다시 세분하여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오행(五行)이라 이른다. 기운을 몇 가지로 나누든 모든 기운은 행(行)한다. 움직인다는 말이다. 하늘에서는 하늘의 기운을 좇아서 움직이고, 땅에서는 땅의 기운을 좇아서 움직인다. 그러나 땅에 붙어사는 만물이 하늘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가 매일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오운육기(五運六氣)에 대한 설명은 차차 공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여섯 기운을 육기(六氣)라고 한다는 것만 알도록 하자. 이 중에 감기를 발생시키는 데 가장 영향력이 큰 기운은 풍(風)의 기운과 한(寒)의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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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의 조화와 균형. 이게 깨지면 몸, 가정, 우주가 파탄난다.^^ 그리하여 인간세상에서는 과거, 한 고을의 수령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으니. 발령을 받은 즉시 고을의 노처녀와 노총각의 실태를 조사해서 결혼시켜주는 아주~ 훈훈한 미풍양속을 만들었던 거다. 음기 덩어리와 양기 덩어리인 처녀-총각을 결합시켜야 마을의 조화와 균형이 생긴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럼 우리 시대는? 음양교란의 시대인가?^^

천지에만 기운이 있을까? 몸에도 작용하는 기운들이 있다. 몸의 표면 안팎을 지키는 기운에는 영기(營氣)*와 위기(衛氣)*가 있다. 영기는 체표 안쪽에서 몸속을 순환하며 신진대사를 돌보고, 위기는 체표 바깥인 살갗 주변을 순찰하며 외부의 기운을 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우리의 몸은 언제나 외부의 기운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먹지 않고, 숨 쉬지 못하는 상태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시라. 외부의 기운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외기(외부의 기운)가 너무 과하게 들어오면 우리 몸이 흔들린다. 외기가 몸에 들어올 때는 반드시 체표를 통과해야만 한다. 체표 바깥을 지키는 기운을 위기라고 했다. 위기는 체표 내부를 운행하는 영기와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몸의 내부 상황이 외기를 받아들여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외기의 힘이 너무 세면 위기가 있어도 막지를 못하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동의에서는 감기를 과도한 노동이나 운동으로 원기와 진액이 소모되어 있을 때 풍한(風寒)의 사기(邪氣)가 몸에 침입하여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몸의 정상적인 생리 작용에 필요한 것 이상의 남는 기운들은 사기(邪氣)가 된다. 사기란 도를 넘는 불필요한 기운이며, 말 그대로 몸의 항상성을 뒤흔드는 음란한 기운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풍사와 한사는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풍기가 사기로 작용할 때를 풍사(風邪)라 하고, 성질이 가벼워 몸의 위쪽과 표면을 먼저 공격한다. 위를 공격한다는 것은 풍사의 기운이 위로 떠서 머리 쪽을 아프게 한다는 뜻이니, 감기에 걸리면 두통이 생기는 이유이다. 그리고 표를 공격할 때는 체표의 구멍들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막으니 땀의 배출이 어렵게 된다. 한기가 사기로 작용할 때를 한사(寒邪)라 하고, 살갗을 죄어 묶는 활동으로 드러난다. 몸에 들어온 사기는 피부나 피하조직(과 같은 체표)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르게 된다. 몸에 이물질이 침투하면 방어 체계가 작동하여 인체 내에 위험 신호인 발열 반응을 일으킨다. 우리가 자각하기 전에 이미 몸이 발열하고, 발열하는 열을 방출하지 않도록 모공이 수축하면 피부가 긴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소름 돋는 상태이다. 피부가 한기를 느끼는 것이다.

바람을 쐬면 괜히 으스스 떨리는 것을 오한(惡寒)이라고 한다. 풍한사는 몸의 표면을 지키는 기운(즉, 위기)과 충돌해 체표의 모든 구멍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그래서 한기가 겉에 퍼지면서 오한이 생기고, 땀은 못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때 땀이 나오도록 체표를 풀어주는 따뜻한 약으로 생강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있을까?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듯이 풍사는 몸의 가지인 팔다리를 흔든다. 그래서 심한 감기에 걸리면 몸이 오돌오돌 떨리게 된다. 한사는 엉기게 하는 성질이 있어 몸의 생리적인 소통을 방해한다. 이를 응체(凝滯)라고 한다. 몸의 여기저기가 막히면서 통증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다. 통증도 발열과 마찬가지로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이다. 막힌 곳을 뜷어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감기가 두통, 오한발열로 시작해서 몸살이라 일컫는,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통증을 동반하는 이유는 이러한 풍한사의 작용에 있다. 한사가 체표에 있을 때 이를 제거하지 못하면 점차 안으로 들어가 근육과 뼈에도 차갑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감기를 넘어서 갖가지 병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감기에 걸렸나요? 땀내고, 쉬세요

열이 나고 조금이라도 으스스하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방법으로 땀을 내는 것이 좋다. 이마에 땀이 살짝 맺힐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몸에 열이 조금 있다 하여 부지런히 해열제를 먹고 열을 내리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감기 초기의 발열은 몸이 사기를 이겨내기 위해 방어 체계를 가동하는 신호이다. 발열은 체온을 상승시킴으로써 혈액 순환을 빠르게 하여 혈액 속의 기운이 사기에 작용하도록 하면서, 땀과 함께 체외로 배출시키려는 반응이다. 사기가 체표에 잠시 고정되어 있는 감기 초기에는 땀을 흘리면 사기가 나가버린다. 감기에는 따뜻한 생강차를 먹고 땀을 내주면 좋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나온 듯하다.
  
땀을 내서 감기를 쫓아내는 것은 초기의 처방이다. 사기가 아직 체표에 있는 초기 감기는 땀을 내서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감기 기운이 이미 체내에 깊숙이 침투한 후에는 땀을 내서 사기를 쫓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동의에서는 영기가 화(火)기운과 결합한 것을 혈액이라고 하는데, 땀과 마찬가지로 진액의 하나이다. 땀 흘리는 것을 몸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피를 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액과 함께 기운도 빠져 나가는 것에 해당한다. 땀을 낸다는 것은 몸의 기운을 밖으로 낸다는 뜻이므로 인위적으로 땀을 많이 낼수록 몸의 힘을 무리하게 많이 쓰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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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피다. 그래서 피땀이라는 말을 쓴다. 운동 후에 흘리는 땀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가득 싣고 몸을 떠나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한증막에 가만히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건, 아쉽게도 그냥 피를 흘리는 거다. 우리가 몸을 쓰는 만큼, 딱 그만큼을 몸은 되돌려준다.

감기가 심해지면 어떻게 할까? 부족한 내부 기운을 써야 하는 땀내기보다는 몸의 기운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적게 먹고, 며칠 푹 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사기는 여러 가지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는 코나 목, 기관지, 피부 보다는 위를 통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몸에 다른 병이 있거나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위의 활동이 저하된 상태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게 되면 소화되지 않고 부패가 일어나 토하거나 설사를 하게 되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니 몸에서 빠져 나가는 기운을 수렴할 수 있도록 새콤달콤한 음료로 수분과 열량을 공급해주는 것도 쉬면서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시간을 들여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약은 그 시간을 조금 줄여주는 것이지만, 휴식의 시간이 길게 필요한 만큼 아픈 사람의 몸이 그동안 몸을 위한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감기 걸리기 전에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냉장고 안에 모셔둔 인삼이나 감초가 있다면 달여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 TIP : 영기와 위기에 관해

영기(營氣)의 營은 '경영할 영'입니다. 맥 속을 흐르는 기로 주야로 쉬지 않고 운행하기 때문에 영기라 부릅니다. 영양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영기(榮氣)라고도 하며, 혈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영혈(營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영기와 위기를 비교하면 위기는 陽, 영기는 陰에 속하므로 영음(營陰)이라고도 합니다.

위기(衛氣)는 맥 밖으로 흐르는 기입니다. 衛는 '호위할 위'로 인체를 호위하여 외사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위기라 부르고, 陽에 속하므로 위양(衛陽)이라고도 합니다. 낮에는 체표에서 운행하다 밤이 되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운행을 합니다. 이점이 영기와의 차이이지요. 이것은 사람이 왜 깨어있을 때 저항력(면역력)이 강하고 잠들었을 때 약한지에 대한 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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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선민 2012.05.17 20:21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음란하단 말이 여기에서는 색다르게 읽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북드라망 2012.05.18 11:39 신고 수정/삭제

      저도 이제껏 알고 있던 '음란'이라는 단어가 색다르게 느껴졌답니다.
      역시 음양의 조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