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엄마는 (당연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엄마는 (당연하지만) 이 아니다, 

도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 5월은 참으로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달이었다. 딸의 돌발진으로 시작한 5월은 전 가족 감기를 거쳐 친정어머니의 척추압박골절로 정점을 찍더니 시고모님의 부고로 끝났다. 어떻게 정신줄을 붙들고 있었는지, 놓치지 않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잘했다. 장하다.


친정어머니 일로 장거리를 며칠간 왕복하고 집에 와서 겨우 눈 붙인 후 새벽같이 다시 일을 하러 나가고 하는 사이 아기는 거의 애아빠가 재우기까지 전적으로 맡았고, 나는 흡사 야근에 시달리는 여느 집 가장처럼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아기와 같이 못 있어주는 걸 아쉬워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너무 성급한 것이었다. 곧 아쉬움은 싹 잊을 일이 생겼으니, 친정어머니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마음을 조금 놓으려는 찰라,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셨던 시고모님의 부고가 들려왔던 것이다. 상황상 애아빠가 3일 내내 상가에 가야 하는데, 첫날은 잠은 집에 늦게 돌아와 잠시라도 잘 수 있었지만, 다음날부터는 1박 2일로 상가에 있다가 발인까지 마치고 돌아와야 했다. 즉, 이 말은 나 ‘혼자’ 오롯이 24시간을 아기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기가 태어난 이후 엄마든 아빠든 어느 한 사람이 아기하고만 24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길어야 10시간 안에는 누구든 한 사람이 돌아왔던 것이다. 어린 아기를 키워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특히 그가 처음 아기를 키우는 경우라면), 딱히 뭘 같이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냥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이 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혹은 내가 무엇을 꼭 해야 할 때 내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40년 넘는 인생에서 갓난아기를 키울 때만큼 절감한 적이 없다.


물론 지금 딸은 갓난아기 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은 13개월이지만, 아무튼, 딸하고만 단 둘이 24시간을 있을 수 있을까. 무슨 TV 프로그램처럼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ㅠㅠ

걱정을 한 건 아빠도 마찬가지. 우리 집은 보통의 집과 엄마-아빠의 역할이 ‘육아’에 있어서는 ‘반대’에 가까운지라… 엄마가 혼자 딸을 잘 돌볼 수 있을지 꽤 걱정되는 눈치였다. 흠.


또 물론 주양육자가 아빠라고 해서 내가 ‘육아’ 영역에서 안 해본 일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그러니까 여느 집에서 아빠들의 경우 목욕을 안 시켜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기저귀를 안 갈아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지 않아 본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엄마라서 그런지 내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안 해본 일은 없다. 내가 주로 하지 않을 뿐. 따라서 딱히 만 하루 정도 아기와 못 지낼 건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아니, 현실적으로도 나는 딸과 별 트러블 없이 만 하루를 보냈고, 아빠는 엄마와 딸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그래서 또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보겠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진 않겠지만, 해서도 안 되고!) 물론 내 대답은 ‘No!’다. 아기는 엄마와 아빠가 같이 보는 거라고. 아니, 꼭 엄마 아빠가 아니라도 최소한 두 사람이 보아야 한다고. 가상의 질문에 문자로 대답하는데도 키보드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이다.




하루 세끼 밥을 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낮잠 재우고, 간식 주고, 밤잠 재우고, 중간중간 기저귀를 갈아주고… 하루 정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피로감을 몇 배나 가중시켰다. 게다가 13개월인 딸은 인지가 나날이 발달하며 엄마든 아빠든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 옆에서 떠나질 않으며 온몸으로 치댄다. 엄마가 화장실에 가면 거기 있는 걸 확인하기 위해 문은 꼭 열어 놓아야 하고, 앉아서 놀다가도 갑자기 자기를 안아서 집안 이곳 저곳에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고, 유아식을 만들려고 싱크대 앞에 서 있으면 싱크대와 엄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 엄마 발을 밟아대며 안으라고 난리고, 엄마가 뭐라도 좀 먹으려고 식탁 의자에 앉으면 다리에 들러붙어 슈렉 고양이 눈으로 또 안아 올리라고 애교를 떤다. 아, 이른바 ‘독박육아’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천 분의 일 정도는 맛보았다고 해야 하나. 한 달은커녕 일주일만 혼자 이러고 있어도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혼자서 아기를 보는 사람은 슈퍼맨도 슈퍼우먼도 아니다. 같이 아기를 돌봐줄 한 사람이 더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니 오히려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함께할 한 사람이 절실하다(이런 의미에서 나는 저출산대책으로 아기를 돌보아줄 사람을 일정 소득 이하의 가정에 꼭 보내주는 사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아빠가 돌아왔고, 다시 셋이 되었다. 3은 참 좋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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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리오엄마 2018.06.12 11:25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성준이와 같이 꼭 봐야할 글이네요!
    그래도 아빠가 돌아오셨다니 다행이에요ㅠㅠ
    (날이 더워질수록 수빈이의 머리 묶는 스타일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요ㅎㅎ)

    • 북드라망 2018.06.12 13:47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머리가 길어져서 점점 올라가기도해요 ㅎㅎㅎ 성준님과 함께 보시면서.... 음.... 일단 지금을 즐기세요. 언제나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 하게 됩니다. 육아란 그런 것이더라고요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