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현대 대도시의 풍경들 속에 감춰진, 아름답지 않은 많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풍경들을 옮겨가는 벤야민의 글들, 그 글들이 모아져서 만들어진 한권의 책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위에 옮겨적어 놓은 것보다 더 멋진 상상력에 대한 정의를 본 적이 없다. 벤야민 스스로의 말 속에 『일방통행로』가 가진 미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 벤야민은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사물-이미지들 속에 압축된 의미를 기가 막히게 펼쳐 보여준다. 짧은 '아포리즘'(또는 '이미지들') 속에 옮겨진 '풍경'들은 지금도 매일, 자주 보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들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또 그 때문에 그것들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도 못한다. 다시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되고 말았다. 


'당연한' 모든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으로부터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이 책이 정말 아름다운 책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 익숙한 것의 심층을 드러내 보여주고, 각자의 삶이 가진 특별한 '잠재성'을 재생시켜주기 때문이다. 어딘가 나의 삶이 공회전을 반복한다고 느낄 때마다 펴보게 된다. 벤야민의 말을 그대로 그에게 다시 돌려주자면, 『일방통행로』는 마치 '부채'와 같은 책이다. '펼쳐져야 비로소 숨을 쉬게 되고 또 새로이 펼쳐진 그 폭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특성들을 내부에서 연출해' 보이는 책이다. 


P.S : 불과 100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도 굉장한 장점. 한번 다 읽고 난 후에는 아무 곳이나 펼쳐봐도 된다는 것도 장점. 역자들의 알찬 해설도 장점. 


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 10점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외 옮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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