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금손 곰손 크로스! 육아는 역시 엄마와 아빠가 함께해야 제맛!_엄마

손 크로스! 

육아는 역시 엄마와 아빠가 함께해야 제맛!



엄마는 곰손이다. 손 모양이 곰 같다는 게 아니다. 손의 외모로 말하자면 엄마의 신체 부위 중 발과 더불어 가장 쓸데없이 날씬하며 가냘파 보이기까지 한다. 소싯적에 “피아노 치면 좋겠는 손”이라는 이야기 좀 들어본 그런 손이다. 그럼 뭐가 곰 같다는 건가? 기능이랄까 동작이랄까 아무튼 손으로 뭘 만지작거리는 게 곰 같다는 거다. 곰의 손을 보면 알겠지만, 그 손은 먹잇감을 쳐서 때려잡는 데 특화되어 있다. 무얼 다듬거나 세심하게 만들거나 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아빠는 금손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말이다. 단순히 곰손인 엄마보다 나은 정도를 넘어서 인정하긴 싫지만(흥) 어디 내놓아도 빠지진 않을 정도의 금손이다.


사실 이런 손재주의 차이는 아기가 나오기 전에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물론 엄마가 살짝 곰손끼가 있다는 것과 아빠가 금손과에 속한다는 것은 둘 다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지만, 차이가 크게 드러날 일이 없었달까. 왜냐? 엄마는 소심하여 꼼꼼한 성격이고, 아빠는 소심한데 덜렁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일들(청소, 빨래, 밥하고 설거지 하기 등)을 아빠가 하고 나면 항상 뭘 흘리거나 빼먹기가 일쑤라, 늘 엄마의 구박을 받았었다.


그.랬.는.데. 아기가 나오고 나니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기가 자라면 자랄수록 곰손과 금손의 차이가 두드러져, 급기야 얼마전에는 아빠에게 똥손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헐.(곰손은 그래도 뭔가 귀엽고 순한(?) 느낌이 있지 않나. 뭔가 노력할 것 같고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똥손은 그냥 똥 같을 뿐이다.) 아, 아무튼 처음 차이를 느낀 건 ‘기저귀’부터였던 것 같다. 우선 기저귀 채우기에 대해 엄마와 아빠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엄마는 빨리 바꿔 주는 게 중요하고, 아빠는 제대로 채워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아빠의 기저귀 채우기는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느리고 아기가 그것 때문에 힘들다고 느낀다. 엄마의 기저귀 채우기는 아빠 입장에서 채우나 마나한 일을 했다고 느낀(것 같)다. 아기가 배기고, 급기야 샐 수도 있는 어설픈 채우기다. 




딱 보면 아빠가 채워 준 기저귀가 훨씬 안정감 있고, 보기에도 좋다. 엄마가 채운 건 어딘가 꼭 살짝 어긋나 있고 뭔가 살짝 어설픈 티가 난다. 쉬한 기저귀를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말아놓은 건 동그랗고 예쁜데, 엄마가 말아놓은 건 꼭 어딘가가 삐죽 나와 있다. 뭐, 물론 버리는 기저귀를 예쁘게 마나 비뚤게 마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이것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들어가는 양도 달라지고… 암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완전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 그런 거랄까.


기저귀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곰손과 금손의 차이는 이후 육아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났다. 아기 빨래를 개어 놓을 때도 그렇고 이부자리를 펼칠 때도 그렇고 아기 옷을 입힐 때도 그렇고 아기 목욕을 시킬 때도 그렇고… 하다 보니, 대부분의 굵직한 일들은 아빠가 하게 되었다.(후후) 왜냐하면 집안일은 못 버티는 사람의 몫이라는 명언(?)이 있듯이 육아도 그렇다. 예전에는 정리되고 청결한 걸 추구하는 엄마가 집안일을 맡아 했다면, 아기가 태어난 지금 몸에 배기거나 살짝이라도 거칠한 걸 못 참는 아빠가 육아에 관한 일을 거의 도맡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엄마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다 안 하는 건 아니다. 기저귀도 갈고, 아기 옷도 갈아입히고, 빨래도 널고 개고 할 일은 다 한다. 다만, 아빠보다 적게 할 뿐! 그리고 엄마가 곰손이긴 하지만, 사실 곰손계에서는 명함을 겨우 내밀 정도의 곰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음, 그러니까 채모 선생님처럼 눈썰미가 좋은 양반이 아니면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은 손재주(라고 하긴 그렇지만 다른 표현이 안 떠오르니)가 있지 않은가 한다.


각설하고, 그렇지만, 우리 딸이 상태가 안 좋을 때, 그러니까 몸의 컨디션이 좀 나쁘거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거나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안 들거나 할 때 찾는 사람은 바로 곰손 엄마다. 엄마가 곰손이든 금손이든 딸에게 엄마는 엄마인 것이다. 놀 때는 여전히 아빠를 많이 찾고 요즘은 전보다 더 아빠를 찾는 횟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육아책들마다 아빠와 엄마가 같이 육아를 하면 아기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빠짐없이 있다. 실감하는 것이 우리 딸의 아빠는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임에도 딸과 놀 때는 온몸으로 놀아준다. 엄마는 딸과 놀아줄 때 주로 책이나 도구를 활용하는데, 아빠는 확실히 몸을 쓰는 것이 좀 놀라웠다. 이 외에도 엄마 손의 느낌과 아빠 손의 느낌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고, 아기가 처음 만나는 세상인 가족의 세계에서부터 다양함이 있다는 걸 아는 것은 아기에게 큰 정서적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 손이 곰손이든 금손이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둘 다 금손이 아니고 한쪽은 곰손인 것이 아기 입장에서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요(要)는, 금손이든 곰손이든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면 아기에게도 부모에게도 사랑도 배움도 즐거움도 배 이상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이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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