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커트 보니것,『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읽다가 중간에 권할만큼 훌륭한 책

커트 보니것,『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읽다가 중간에 권할만큼 훌륭한 책



가급적이면 막 나온 책에 관해서는 뭐라 말하고 싶지 않은, 음, 뭐 그런 마음이 늘 있는데, 도저히 묵힐 수가 없는 책들이 있다. 가끔씩. 조금 늦게 되면 어쩐지 화르륵 타오르는 이 기분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은 뭐, 그런 책 말이다. 




커트 보니것의 대부분의 책들이 그러한데, 이 책 정말 너무 웃기고, 유익하다. 


농담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모든 좋은 농담의 도입부는 여러분을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우리 인간은 참으로 정직한 동물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크림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여러분은 크림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여러분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했습니다. 왜 닭이 도로를 건널까요? 왜 소방관은 붉은 멜빵을 착용할까요? 왜 조지 워싱턴은 언덕길에 매장되었을까요?

- 27쪽


왜 그런걸까? 그런데 왜 그러냐 하는 것은 이 인용문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농담은 아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걸 바라지 않고, 여러분에게 훌륭한 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드디어 똑똑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하지 않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기뻐서 웃습니다.

- 같은쪽

그리고, 이어지는 말.


사실 저는 이 연설을 기획하면서 오늘 여러분이 그 어떤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감 없이 마음껏 바보가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28쪽


이 책은 다름 아니라, 커트 보니것의 미국 대학 졸업 연설문들을 모은 책이다. ‘졸업생 여러분 이제 졸업입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바보가 됩시다!’, 라고 내내 이야기 하는 책이다. 나는 비록 졸업생이 아니지만, 그냥 매일매일, 그러니까 하루가 저물 때쯤이면 ‘아 오늘도 끝났다’하는 기분으로 매일 졸업을 한다고 느낀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졸업생’인 셈이다. 그러한 가운데, 졸업 후에 읽는 책에서 이르길 ‘이제 졸업했으니 마음껏 바보가 되셔도 좋습니다’ 하는 것인데, 이 얼마나 통쾌하고, 위로가 되는 일인가. 말하자면, 몹시 유익하다. 


그와 더불어 정말 기가 막힌 통찰마저 준다.


언론은 모든 걸 알고 이해하는 것을 자기 본분으로 삼는데, 종종 요즈음 청년들에 대해 패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아마 새로운 세대의 졸업생들이 어떤 비타민이나 미네랄, 혹은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나 봅니다. 여러분의 혈액은 피곤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노인용 강장제가 필요합니다. 빛나는 눈동자와 경쾌한 걸음걸이를 가진 팔팔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저희 세대가 언제나 원기 왕성한 비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증오입니다.


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내가 10대, 20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나보다 윗세대에 대한 관념 속에 ‘증오’가 얼마나 함유되어 있었던가! 이건 꽤 복합적인 느낌이다. 단순히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를 일도양단으로 나눌 수 없는 감정이다. 이건 좀 더 고민해야 말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증오’를 좀 덜어내야 한다. 모든 좋은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훨씬 선명하게 비춰주는 법이다. 이 글처럼. 


 



인용한 모든 글은 첫 번째 수록된 연설문에 있는 글들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 세 번째 연설문을 읽고 있다. 더 읽고 싶지가 않다. 읽을 글의 두께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면서 읽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남는 것이 많은 글인데, 오늘의 ‘한국’ 상황에 꼭 맞춤한 글들도 아주 많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책도 얇고, 내용의 풍부함, 재미에 비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고급한 유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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