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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언젠간 가겠지… 청춘 말고 제주도

by 북드라망 2017. 7. 19.

언젠간 가겠지… 청춘 말고 제주도



참 요즘 사람답지 않게(응?) 저는 사실 제주도에 한 번도 갔다 온 적이 없습니다(요즘엔 어쩐지 해외여행 한번 못해봤다는 것보다 이게 더 촌스러운 듯;;;). 저희 북드라망 사무실에는 제주도를 제 집 드나들 듯하며(감귤농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말만 하면 2박 3일이든 3박 4일이든 제주 여행 코스를 즉석으로 짜 줄 제주통도 있습니다만, 어쩐지 전 제주도에 그렇게까지 가고 싶거나 하진 않더라구요. 그런데… 요새는, 요새는 말이죠. 가 보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가서 한 달 정도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합니다. 네, 요즘 장안의 화제이자 문제(ㅋㅋ), <효리네 민박> 때문이지요!(본방 무조건 사수, 재방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언젠가 가게 될, 제주도가 나왔던 드라마를 몇 편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본 것도 있고, 언젠가 가게 될 제주도처럼 언젠가 보게 될 드라마도 있고요. 



<남자는 외로워>(KBS 주말드라마, 1994)

해녀 당실이의 사진을 찾고 싶었지만;;; <남자는 외로워> 스틸컷(네이버 영화)


드라마 배경으로 나온 제주를 처음 본 드라마입니다. 제주도만 배경으로 한 것은 아니었고, 오연수가 맡았던 여주인공 당실이가 제주도 해녀 출신으로 나왔었지요(나름 제주사투리도 하시고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이 제주 아가씨가 상경해서 나중에는 CF 스타도 되고 뭐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고 그렇긴 한데,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드라마 스토리가 제주도 한라산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달까요;; 좌우간 이 드라마 하면 제주도보다는 석광렬 씨가 생각나는데요. 극중에서 당실이를 두고 이정재와 함께 사랑의 신경전을 벌였던 석광렬 씨가 <남자는 외로워> 촬영 후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지게 되고 일주일 만에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아, 원래 포인트는 제주도였는데… 기억을 더듬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좌우간 어쨌거나 저는 이 드라마에서 물질하는 처녀라는 뜻의 ‘비바리’란 말을 처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연풍연가>(1998)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던 90년대 후반 장동건/고소영(현 부부;;) 주연의 <연풍연가>가 크게 흥행하면서 덩달아 제주의 주가를 다시 뛰게 하는 데 일조한 영화였지요(드라마는 아닙니다만;;). 영화 삽입곡이었던 ‘우리 사랑 이대로’도 빅히트를 했고요. 전 안 가 봐서 모릅니다만 영화가 개봉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연풍연가> 촬영지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네요.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연풍연가>의 커플은 장고 커플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촬영기사와 스태프까지 해서 총 세 커플이 <연풍연가>로 인연을 맺었다고 하네요. 제…제주의 힘인가 봅니다;;; 



<내 생애 봄날>(2014)

우도와 비양도가 주 배경이 됐던 드라마였는데 방영 당시에도 물론 저는 제주도에 관심은 별로 없었고(흠흠), 드라마의 스토리도 딱히 저에게 와닿는 포인트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끝까지 이 드라마를 봤던 것은 오로지 감우성, 감우성 때문이었지요. 극중에서 추레한 (하지만 사실 돈 많음. 깔끔히 입혀 놓으면 괜찮음) 홀아비로 나오는 감우성에 대한 팬심으로 끝까지 함께하면서 중간중간 상대역이었던 소시의 수영이 의외로 연기를 한다는 사실에 놀라 가며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나름 시청률도 높고 막장 요소도 없다고 호평을 받았는데… 글쎄요. 저는 잘;;; 감우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수영(병원집 외동딸이 애가 둘이나 달린 홀애비가 좋다는 거죠;;)은 죽은 감우성의 처가 이식받았어야 했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고, 형수를 짝사랑했던 시동생은 형수가 받았어야 했던 심장을 받은 사람이라도 지키고자 그의 애인이 되고(그런데 나중에 그 애인은 결국 형이 좋다고 하고;;)…. 또 이 드라마에는 역시 제가 좋아하는 심혜진이 수영의 엄마 역할로 나왔는데, 90년대에는 서로 연인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던 두 남녀(감우성-심혜진)가 10여 년이 흐르니까 준 장모-사위 관계로 나온다는 것이 영 씁쓸하기도 하였고요. 아무튼 다시 보게 되면 제주도 풍경도 감상하며 보는 것으로!


최대한 추레한 감우성을 찾고 싶었으나...



<공항 가는 길>(2016)

청순의 아이콘, 김하늘이 초등학생 아이 엄마를 연기한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의 제주는 주인공 수아(김하늘)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자, 새로운 인생과 사랑을 시작하는 공간으로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풍경으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으로 제주를 담아내는데요(그래도 예쁘긴 예쁩니다. 제주니까요;;). 열두 살 먹은 다 큰 딸은 맨날 찡찡거리고, 아들 가진 유세하는 시어머니는 늘상 떽떽거리고, 와이프를 부하 직원 다루듯 하는 남편 사이에서 허덕이는 수아에게 바람의 상대가 아니라 머리를 식혀 주는 바람 같은 존재로 서도우(이상윤)가 나타납니다. 이 둘을 두고 불륜이다, 아니다 네티즌 사이에 가벼운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김하늘이 저렇게 큰 딸의 엄마 역할을 잘 소화할 줄이야!)과 영상미 등등이 잘 어우러져 끝까지 잘 마무리됐던 드라마였습니다. 

20년 전에 유동근-황신혜 주연의 드라마 <애인>의 리메이크 같은 느낌도 없진 않지만 잔잔히 종영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만도 한 드라마였었지요. 

좌우간 드라마에 나왔던 곳은 오조포구라는 곳인데 내비에 오조포구라고 치면 바로 나온다네요. 흠흠.


지금은 어찌 돼 있을지 모르는 서도우의 작업실. 이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요(가 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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