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지미 헨드릭스』 - 노래하듯 쓴 자서전(?)

『지미 헨드릭스』 -  노래하듯 쓴 자서전(?)



나는, 이제, 다 크다 못해, ‘이제 어른이야’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속에 ‘아, 멋져’ 싶은 영웅이 있다. 어디 ‘아, 멋져’ 뿐인가? 온 마음을 다해 동경하고, 그 동경의 마음을 담아 그가 남긴 곡들을 따라 치다가, 어쩌다가 비슷한 느낌이라도 나게 되면 온 몸이 녹아내릴 듯한 희열을 맛볼 정도다. 어느 원시인이 나뭇가지 비슷한 걸 두드리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음악가’라고 불리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내 마음속에서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 들어도 좋기만 하고, 어디서 들어도 ‘그래! 이거야!’ 싶으며, 누구와 들어도 ‘죽이지 않냐?’라고 묻게 되는 그 사람, 지미 헨드릭스다.



헌데, ‘그러니까 네가 그 사람 팬fan이라는 거 아니냐?’라고 한다면, ‘네, 팬입니다!’라고 답할 수는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감정을 두고 ‘팬의 감정’이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하찮다. 차라리, ‘아, 저는 그 분의 팬이라고조차 할 수 없어요. 흑’이라고 답하는 게 더 솔직할 정도다. 팬으로서, 스스로의 ‘팬 됨’이 그 분 앞에 부끄러운 걸 보면, 진짜 팬이다.


여하간, 나의 열렬한 사랑은 이 정도로 표현해 두자.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단번에 구입하려고 했었다. 그랬는데, 그럴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읽어버리게 될까봐’서다. 이걸 한번 읽어 버린다는 건, 정말 맛있는, 혀가 녹아버릴 것 같은 초콜릿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후딱 먹어치워버리는 것과 같지 않나 싶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참고 참다가 읽으면 ‘아, 그거 참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이다. 더불어, 제반 준비도 꽤 필요했다. 책을 읽는 하루 이틀 정도는 말 그대로 ‘지미 헨드리스 축제’를 벌여야 하니, 음반이라든가, 악보, 기타 등을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이건 단순히 ‘책 읽기’가 아니었다. 책과 음악감상과 (어설프기 그지없는) 기타연주까지 포함된 의식 비슷한 것이었다.


(다시 한번) 그 열렬한 마음은 이 정도에서 접도록 하자. 팬심을 최대한 접고서,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미 헨드릭스의 육성(인터뷰), 직접 쓴 자신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다. 당연하게도, 그의 ‘글’은 이름난 작가에 비해 꽤나 미숙하다. 문장이 매끈한 것도 아니고, 구성이 치밀하지도 않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글쓰기’가 고민인 사람들이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미숙하기도 하고, 정리가 안 되기도 한 글이 가지고 있는 어떤 ‘에너지’가 분명히 있는데, 이 책에는 그게 한가득이다. 기타에 비유하자면, 이런 말이 있다. ‘노래하는 것처럼 연주하라’는 말이다. 지미 헨드릭스는 마치 노래하듯 기타를 연주하는 것처럼 글을 썼다. 그렇게, 책은 노래가 되었다.


 



지미 헨드릭스는 그의 밴드 ‘익스피리언스’의 음악을 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밴드의 음악은 전기기타로 만든 종교음악이다’라는 말이다. 고출력 앰프에서 뿜어져나오는 사운드로 사람들의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고 싶었던 것이다.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가 깨졌냐 어쨌냐 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중학교 시절 이래로 언제나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고 싶을 때면, ‘Voodoo child’나 ‘Purple haze’를 들었고, 20대 이후로는 ‘Machine gun’과 그가 연주가 각종 블루스 고전들을 들어왔다. 그때마다 성공적이었다. 들을 때마다 조금씩 자유로운 인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인간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직접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말한 바들을 읽고 나니, 그 느낌이 더욱 커졌다. 흑인에, 인디언 혈통에, 왼손잡이에, 노숙자나 다름없었던 그가 자신의 삶 전체를 온전히 받아들인 것처럼,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아, 그러니까 지미 헨드릭스는 ‘자유’라는 종교의 제사장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그 종교의 말씀을 모은 책이다. 오늘도 기꺼이 찬양하리라. 붐따~둥둥따~띠리리리~둥둥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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