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별 말도 아닌데, 별스럽게 재밌는 사투리 옛날이야기

별 말도 아닌데, 별스럽게 재밌는 사투리 옛날이야기



“이 놈의 살림살이 탕탕 뽀사 부리야지.”

대하소설 『토지』, 하면 내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말이다(하하;;). 『토지』는 책으로도 읽었지만, 물론 드라마로도 봤다. KBS판이고, SBS판이고 힘닿는 대로 챙겨 보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저 장면이 어떻게 연출되었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소설 속의 저 말은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다.


저 명대사(?)의 주인공은 강청댁. 평사리에서 인물 좋고 사람 좋기로 이름이 난 이용의 처다. 용이는 무당의 딸 월선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국 마음에 없는 강청댁과 혼인하여 그냥저냥 산다. 월선이도 할 수 없이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끝까지 살지는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장에 주막을 차렸다. 용이는 장날이 되면 꼬박꼬박 장에 나가는데 그렇다고 월선이랑 만나고 뭘 하고(응?)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강청댁의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저 말은 장에 나갈 채비를 하는 용이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고,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아이도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기도 하다.   


KBS <토지>에서 용이를 연기했던 임동진 님. 월선이 역의 선우은숙 님과의 케미는 지금 생각해도 절로 심쿵. 임동진 님은 ‘용이’ 역으로 1987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이번에 출간된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의 키포인트는 ‘사투리’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나는 약간 사투리성애자인데 처음 본 사람도 사투리를 쓴다면 일단 호감! 이후 그 사람에 대해서는 실망해도 사투리에 대해서는 실망하는 법이 없다. 사투리는 어쩌면 그렇게 듣기도 좋고 재밌는 것일까! 그런데 이렇게 사투리가 넘치는 책들(『낭송 경기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상북도의 옛이야기』, 『낭송 제주도의 옛이야기』)을 편집하게 되다니, 이런 걸 두고 ‘우주의 기운’이 도왔다고 하나 보다. 아무튼 덕분에 내가 언제부터, 왜 이렇게 사투리를 좋아했나를 생각해 보니 그 시발점은 『토지』에 있었다(책으로든 드라마로든 보게 되면 사투리의 세계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당연히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옛이야기를 볼 때 한편에서 계속 저 ‘탕탕 뽀사 부리야지’가 맴돌았는데, 『토지』를 통틀어 내가 제일 많이 되뇌던(그러니까 도대체 왜;;;) 말이라서 일 것이다.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내게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참 별 말이 아닌데도 어쩐지 눈에 들어오고,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입에 붙는… 사투리엔 그런 힘이 있다.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에서도 그런 말들을 만났다. ‘뚜디러 패 뿌라’, ‘우얄랑교? 같이 살랑교?’, ‘잡사 보이소’, ‘우짜면 좋노’, ‘세가 빠질 놈’, ‘엄니’, ‘멘도롱하게’, ‘어떵 하쿠콰’ 등등(이 말들이 『낭송 경기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상북도의 옛이야기』, 『낭송 제주도의 옛이야기』 중 어디에 나올지 한 번씩 맞혀 보셔욥!)… 별 뜻도 아닌데 절대 심심하지 않은 말들. 난 혼자 교정을 보느라 이 말들을 보면서도 아주 살짝씩만 쿡쿡댔지만, 부디 이 책을 보시게 되는 독자분들은 여럿이 모여 낭송하시길! 또 한 가지 꿀팁을 드리자면 주변에 ‘내이티브 사투리er’가 있다면 꼭 초빙해서 함께해야 한다(빵 터짐이 배가 된다).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온 옛이야기와 생생한 사투리 그리고 뒤따르는 웃음이 여러분들의 오장육부를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자극할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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