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낭송 옛이야기 풀어읽은이 인터뷰 ② - 경상남북도 옛이야기!

[낭송Q 민담·설화편 출간!]

풀어 읽은이 인터뷰 ② - 경상남북도 옛이야기!



▶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낭송’과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은 각 지역별로 옛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선생님께서 어떤 인연으로 경상남도의 옛날이야기들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나이가 20대인지라 옛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일요일 점심에 방영되던 만화영화 <배추 도사 무 도사>나 <은비, 까비>를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옛이야기들을 제대로 만나게 된 셈이지요. 그것도 경상남도의 이야기들로 말입니다. 저는 사실 서울 사람이라 경상남도 사투리를 깊이 알지는 못했는데요, 이 책을 계기로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과 낯선 지역의 언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옛이야기를 사투리로 읽으니 실제로 옆에서 듣는 것과 같은 생생한 경험을 했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흔히 무뚝뚝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말투가 다정하진 않지만 쿨한 매력이 있었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또한, 옛이야기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떤 사건도 ‘하나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그리고 상황에 맞게 해결해 나갑니다. 어떤 것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은 자유로움을 얻은 듯합니다.


서울사람이 들려주는 경상남도의 옛이야기. 20대가 보는 옛이야기. 이 낯선 조합으로 옛이야기와 만나면서 이 이야기들이 지역과 세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 본 옛이야기는 단순히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로 한정지을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을 전하라는 어떤 힘(^^)이 경상남도의 옛이야기와 만나게 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2.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각 지역의 사투리가 이야기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일 텐데요. 사투리로 옛이야기들을 낭송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또 사투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으셨나요?


같은 지역, 같은 정서를 갖는 사람들끼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동일한 정서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언어와 삶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는 경남사람들의 목소리로 듣는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읽기 쉽게 표준어로 바꾼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것에도 규정되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답니다.


흔히 사투리 하는 사람은 영화에서 조폭들로 나오거나 웃음거리가 되곤 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사람은 거칠다, 억세다, 무뚝뚝하다 등의 편견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전혀 지금의 편견들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는 별다를 것 없는 그들의 삶이었고, 그들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경상도 사람이 아닌 독자들에게 사투리로 하는 옛이야기 낭송은 신선한 경험이 될 듯합니다. 사투리로 낭송한다는 건 또 다른 언어 감각을 익힘으로써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선은 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나아가 그들의 삶까지 이해 가능하게 됩니다. 사투리 낭송으로 표준어에만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와 접속 가능합니다.


3.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를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여타의 지역과 다른 경상남도 옛이야기만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경상남도에는 ‘의로운 인물들’이 많습니다. 험한 산세와 바닷가 등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강한 사투리와 남다른 기세의 인물들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중에서도 실천을 중시한 남명 조식이 있으며 그로부터 곽재우, 정인홍 등으로 이어집니다. 임진왜란 때 큰 활약을 펼친 사명대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당시 열흘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의병을 일으켰고, 정인홍은 고령에도 직접 전쟁터에 나가 싸웠습니다.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강목발이, 유국한 등 의로운 의적들의 이야기도 많은데, 이들의 ‘의로운’ 기운이 경상남도 이야기 전반에 깔린 듯합니다.


경남에는 특히 명판관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데, 창녕현감으로 재임하면서 ‘고창녕’으로 불린 고유(高裕)가 대표적입니다. 고창녕의 해결법은 지금의 ‘과학 수사’와는 다릅니다. 그들의 판결은 잘잘못을 떠나 백성들의 처지를 헤아린 방법들이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고 실천하는 인물들과 백성들 편에서 함께한 명판관들의 이야기에서 ‘의로움’이란 어떤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고,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꼴뚝각시 시집가기’란 제목의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꼴뚝각시는 ‘꼴뚝각시’라는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꼴뚜기를 닮은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25살인 꼴뚝각시는 백년해로할 서방을 기다리지만 그 어디에서도 혼사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꼴뚝각시는 생각합니다.

“키가 작으이 옷베도 절얙(절약)이고, 발이 크이 바람 부는 날 안 넘어 갈 끼고, 손가락이 짜르이(짧으니) 아주 부지런할 끼고, 눈이 돌배쿰(돌배만큼) 하이 천하만물을 잘 볼 끼고, 조딩이(주둥이)가 쫑것하이(뾰족하니) 불로 잘 불 끼고, 코가 유자코(유자처럼 둥글넓적하게 생긴 코)라 잘살 끼고, 또 귀는 쪽박귀(쪽박처럼 오목하게 생긴 귀)라 잘살 끼고, 아무것도 나무랄 끼 없는데 우째 이리 중신이 안 들오느냐꼬!”


사람들은 비록 그녀에게 꼴뚜기를 닮았다고 하지만, 꼴뚝각시는 전혀 외모에 대한 자의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키가 작은 것, 발이 큰 것, 눈이 작은 것 등등의 신체적 단점을 새롭게 해석합니다. 그녀에게는 일반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기준에 맞춰 살아갑니다. 외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않으니 언제 어디서든 당당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드디어 꼴뚝각시에게도 혼사가 들어옵니다. 바로 옆 동네에 사는 꼴생원이란 사람입니다. 꼴생원도 그 이름처럼 쉽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꼴생원은 다리를 절고 팔도 병신입니다. 하지만 꼴생원도 꼴뚝각시만큼이나 자존감이 충만한 인물입니다. 나이는 마흔아홉, 언제 장가갈 것인지를 묻는 부모님께 “아직 청춘이 만 리 겉”으니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몸이 온전치 않아서 혼인을 못 하는 것이라는 자기 비하가 전혀 없습니다. 


어쨌든 꼴뚝각시는 꼴생원네 집을 찾아 나섰고 결국, 꼴생원의 무너질 듯한 집과 또 그의 편치 않은 팔과 다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꼴뚝각시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그녀는 꼴생원네 집에 들어가 살기로 결정합니다. 이것도 자기 팔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저는 이 부분에서 감동했습니다. 꼴생원과의 혼인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도망가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찾아가지도 않습니다. 능동적인 삶이란 꼴뚝각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피하지 않는 것. 만약 꼴뚝각시가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그 인생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꼴생원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을 만나도 그녀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좀 더 나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어쨌든 당당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꼴뚝각시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꼴뚝각시 외에도 기존의 편견을 깨는(!) 이야기들이 많으니 두루두루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지금껏 살아남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그야말로 낭송하여 사람들에게 전해줄 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아는 대로 각색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이야기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텔레비전이 등장했고 스마트폰을 쓰는 세대라 말을 ‘하고’ 또 말을 ‘듣는’ 것을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보고 터치하는 데 익숙해져 있죠. 그래서인지 요즘 세대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 안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로 스스로 낭송하면서 말을 트는(!) 훈련을 하고 또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교감할 수 있는 신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낭송은 혼자 해도 좋지만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옛이야기에는 대화가 많아 낭송하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게다가 사투리까지 있으니 낭송하기만 하면 웃음이 끊이질 않을 겁니다. 다양한 말들로 왁자지껄한 이야기 터를 만들어 내시길 바랍니다!

"이 진사, 아랑의 원수를 갚다" _ 경남 밀양군 밀양읍 '아랑 이야기'



▶ 『낭송 경상북도의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낭송’과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은 각 지역별로 옛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선생님께서 어떤 인연으로 경상북도의 옛날이야기들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삶에 대하여 회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어느 날 이러한 생각이 나를 해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감이당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공부 길을 나선지 올해 5년 째 되었습니다. 몇 년의 공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삶의 토대를 벗어나서는 자신을 변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을요. 결국 현재의 삶의 지반 위에서 인식의 토대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식의 토대는 쉽게 다져지지 않았습니다. 


삶과 앎의 분리 속에서 혼돈을 겪고 있을 즈음, 우응순 선생님께서 경북 사람인 제게 경상북도의 민담·설화를 모아 낭송집으로 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덥석 달려들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깟 경상도 사투리로 낭송집을 내서는 뭐해? 누가 읽는다고?” 이러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미 몸은 자료를 모으고 있었어요. 경북 사람의 몸이 먼저 반응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록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윤색하는 과정을 통해 저는 옛이야기에 푹 젖어 갔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참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몸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몸부터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몸이 움직이는 곳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건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옛이야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제 몸의 움직임 속에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 움직임 속에서 저는 비로소 옛이야기와 새로운 인연으로 맺어졌습니다.


인식의 토대를 바꾸고 다져 나가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 몸이 살아 움직이는 나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사건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인식 방법이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른 인식 방법도 결국 자신의 삶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지요. 옛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며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 본 듯합니다. 그들의 그런 사유가 경북의 옛이야기에 녹아 있었습니다. 제가 옛이야기를 더 즐겁게 풀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옛이야기를 엮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각 지역의 사투리가 이야기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일 텐데요. 사투리로 옛이야기들을 낭송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또 사투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으셨나요?


저는 한때 경북 사투리 쓰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감정은 제가 하고 싶었던 일하고도 관련이 있는데요, 바로 연극이었습니다. 저는 경북 사투리 때문에 연극 무대에서 고생했습니다. 머리로는 사투리를 버리고 싶었으나 몸은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버리려고 할수록 되돌아가려고 하는 힘도 강해집니다. 그래서 버리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네 몸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물어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자신의 몸이 어떠한 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 그 몸이 다른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 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몰랐습니다. 서울말로 대사를 하려니 연기가 어색해져서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연극을 그만두었습니다. 


감이당에서 낭송을 하면서 깨달은 점인데요, 낭송과 연극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경북의 옛이야기를 낭송하다 보면 낯선 경상북도의 사투리를 억지로 살리기 위해서 억양에 지나치게 힘을 주게 될 것입니다. 몸도 경직되겠지요. 그러면 글의 내용도 잘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경북사람인 제가 서울말을 쓰기 위해 억지를 부렸던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모두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사투리를 표현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시고 읽히는 대로 읽어 보십시오. 그 다음에는 몸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사투리의 억양의 흐름을 타 보세요. 그렇게 계속 낭송을 하다 보면 경북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었던 옛이야기가 가슴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표준어로 쓰여진 경북의 옛이야기와는 다른 삶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진솔한 경북 사람들의 삶이 보일 것입니다. 그 순간 경북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투리로 낭송을 한다는 것! 참으로 신선하지 않습니까? 이 책을 엮으며 이웃이나 친구들, 가족들, 동네 아이들에게도 사투리 낭송을 들려주어 보았습니다. 저의 이웃들도 모두 경북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옛이야기의 사투리 낭송은 낯설었던 모양입니다. 표준어로 쓰여진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다들 처음에는 낯설어서 귀 기울이고, 그 다음엔 짙은 사투리를 알아들으려고 귀 기울였습니다. 그러다가 툭툭 던져지는 경북 사투리에 웃음꽃이 터져 버렸습니다. 한바탕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직접 낭송하다 보시면 구수하고 투박한 사투리가 만들어 주는 유쾌한 웃음의 현장 속에서 다양한 경북의 민담· 설화를 풍성하게 만나실 것입니다. 

 

3. 『낭송 경상북도의 옛이야기』를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여타의 지역과 다른 경상북도 옛이야기만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경상북도에는 안동, 문경, 예천, 상주, 경주 등 과거에 양반들이 살던 동네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웅담이나 훌륭한 양반들의 행적 위주의 옛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경북의 옛이야기에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일수록 양반끼리 서로 속이는 이야기, 양반이 머슴에게 골탕을 먹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어른보다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어린 아이, 아버지의 잘못을 일깨우는 딸, 불효하던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꾀에 의해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며느리로 바뀌는 이야기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주, 영덕 지방에서는 남을 속이기를 밥 먹듯이 하는 인물들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경상북도의 옛이야기에서 교훈성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따라서 경상북도의 옛이야기는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낭송을 하는 순간 깊은 울림이 찾아옵니다. 우리 이웃의 삶이 주는 울림입니다.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고,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한 집에 형제 부부가 삽니다. 그런데 시숙이 제수씨를 짝사랑합니다. 결국 상사병이 나고 맙니다. 상사병으로 죽게 되었을 즈음 죄책감이 들어 자신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동서에게 시숙이 동서를 좋아해서 다 죽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제수는 시숙을 위하여 꾀를 냅니다. 밤에 시숙을 자신의 방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밤이 되자 윗동서인 시숙의 아내를 자기처럼 변장시켜 컴컴한 자신의 방에 들여보냅니다. 시숙은 그것도 모르고 좋아하며 아내가 제수씨인 줄 알고 하룻밤 동침을 합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말합니다. “이제 살겠다!” 시숙은 제수와 하룻밤을 지낸 줄 압니다. 자신의 아내와 하룻밤을 지내고도 말이지요. 시숙의 병은 씻은 듯이 낫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납니다. 더도 덜도 없습니다. 어떠한 감정의 잉여도 없습니다. 복잡했던 관계의 이야기가 아주 담백하게 끝납니다.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만약 이들이 자의식에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면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감정의 잉여가 관계성을 어떤 방식으로 틀어지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별 것 아닌 사건을 왜곡시켜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인간의 자의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 책으로 낭송을 하시면 투박하고 구수한 경북 사투리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유쾌한 낭송의 현장을 누리실 것입니다. 경상북도의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의 옛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낭송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각 도의 사투리들이 넘나들고, 어우러지며, 오고가는 이야기의 현장, 이보다 유쾌하고 풍성한 현장이 있을까요? 저는 이 현장이 어떠한 것의 경계도 없는 현장을 몸으로 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속에서 우리의 몸도 좀 더 폭넓게 사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신체로 바뀔 것입니다.

"못 생긴 사위 VS 무식한 사위" _ 경북 달성군 하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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