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정화스님 멘토링] 몸과 마음이 바쁜 당신, 제발 쉬어라

몸과 마음이 바쁜 당신, 제발 쉬어라

 


멍 때리고 쉬는 것도 공부

글은 마감이 있으니까 써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반대로 마감에 쫓기게 되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곰 댄스 페스티벌 원고 마감일을 앞두고 있었던 어느 날, 한 학인이 스님께 여쭤봤다.

 

질문 1.  곰 댄스 원고를 쓰면서, 마음만 분주하고 잘 안 써져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마감일이 다가오니 얼른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스님:  공부를 하다 보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을 자기 나름의 패턴으로 만들지 못하면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요. 당연히 집중이 잘 안되겠죠. 그럴 때, 한 두 질문만 가지고 잠자듯 멍하니 있으면, 분별을 하는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마음을 쉬라는 말 들어봤죠? 

아기들이 잠을 많이 자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외부와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나오면 정보가 많아지죠? 그래서 아기들은 잠을 자면서 정보를 정리해요. 즉 자신이 살아갈 패턴을 만드는 겁니다. 그것은 나이 든 사람들한테도 똑같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뇌에 심피질, 그중에서도 언어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고 분별하는 영역이 발달되어 있다고 해요.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이 심피질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뇌를 충분히 쉬게 해줘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재적인 '자기'를 발현할 수 있게 돼요.

집중이 안 될 때는 제발 쉬세요. 책을 그만 읽고, 특별히 생각도 하지 말고요. 다만, 질문을 간직하면서 쉬세요. 한두 줄이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앞에 써놓고 멍~하니 있어봐요. 낮에 경험한 것을 꿈을 통해 일정한 삶의 패턴으로 만드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말이죠. 멍 때리고 쉬는 것도 공부를 하는 거예요.

 

바쁠 때,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방법

질문 2.  공동체에서 살다 보니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그걸 내팽개치고 쉴 수도 없고, 그럴 땐 어떻게 조율하면 될까요? 


 

 

스님:  잠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돼요. 시간 여유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휴식법이에요. 5분에서 10분 정도라도 물구나무를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신체를 리셋해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돼요. 다만,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요. 또 좋다고 너무 오래 하지 마요. 

물구나무서기가 힘든 사람들은 누워서 온몸에 힘을 빼 보세요. 몸에 힘을 완벽히 빼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거예요. 팔, 배, 다리에 일일이 힘이 빠졌나 확인을 해야 돼요. 그리고 힘이 빠졌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호흡을 관찰하세요. 십분에서 이십분 정도. 배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 보면 몸과 마음을 푹 쉴 수가 있어요.

 

질문자.  108배를 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까요?

 

스님: 네. 그렇습니다. 108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을 동작과 맞추는 거예요. 절을 하는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이에요. 몸을 완전히 숙였을 때- 머리가 땅에 닿았을 때는 안에 있는 공기가 밖으로 다 빠져나와야 되고요. 머리를 들고 설 때까지 숨을 완벽히 들이 마셔서 해야 됩니다. 그게 힘들면 그 호흡을 두 번 나누어서 하면 돼요. 아무튼 허리를 숙였을 때 호흡을 내쉬는 게 중요해요. 

 

요동치는 마음 다스리기

질문3.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동안 스스로 병이 있는지 별로 못 느끼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검사를 했어요. 막상 검사를 한다고 하니,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더 악화되었으면 어떻게 하나, 내 선택은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등등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나더라고요. 그냥 결정한 걸 담담하게 따라가면 되는데, 왜 불안감이 생기는 걸까요? 오늘까지도 감정이 싱숭생숭합니다.

 

 

스님: 감정은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감정이 요동치는 것, 즉 불안과 혼란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주지요. 전에 한 번, 암에 관한 책이 있어서 보니까 유방암 걸린 여성의 세포를 채취, 절단해서 유전정보의 변이가 얼마나 일어났나를 연구한 결과가 있었어요. 제일 적은 게 천 번, 많은 건 십만 번 정도 되었어요. 지나가다 조금만 충격을 줘도, 이를테면 아스팔트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죠. 음식물, 환경적 요인 등등 다양한 것들이 몸에 영향을 줍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은 심리적인 상황입니다. 소위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 말이죠.

불교에서는 마음 내려놓기, 즉 자기 호흡 들여다보기를 통해 심리적인 문제를 다스립니다. 가만히 앉아서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 상태를 그대로 느끼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적당한 평형상태를 만들어냅니다. 마음을 내려놓는 훈련은 마음뿐 아니라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막상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훨씬 충격을 덜 받게 됩니다.

 

 

돌봄 노동의 어려움

질문4.  얼마 전부터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게 되었어요. 이용자분 몸도 씻겨드리고, 용변을 보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일은 별 탈 없이 잘 하고 있고 할 때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착잡해져요. 내가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 같았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 이용자가 처한 상황이 자꾸 내 일처럼 갑갑하게 느껴지고...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져요.

 

스님: 자신이 상대를 대할 때 너무 과하게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세요. 보통, 감정이입을 할 때 사람들은 정작 그 사람들의 어려움이나 힘듦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상대에게 투영할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상대를 이해할 수도 없고, 본인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상대가 필요한 일은 '일'이니까 하되,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게다가 상대의 삶에 동정심을 가지고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자타의 경계가 사라져버려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어려운 상황으로, 우울하게 몰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즉, 감정 이입을 할 때의 감정이 자기 자신에게 심어지는 거예요. 상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과 그것이 나한테 심어지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러면 계속 그 일을 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그들도 주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는다고 해요. 자기 자신의 마음이 어디까지 갔나 점검한다고 합니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각각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입니다. 활동보조는 그 '평범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 만큼, '그 사람이 어렵고 힘든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우울할 필요 없어요.

 

질문자: 이건 좀 다른 질문인데요, 간혹 활동보조인들을 허드렛일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싼값에 가사일을 돕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다른 일에 비해 시급도 낮고, 가사일 이나 감정노동에 대해서 저평가 되는 가운데 저희들이 겪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스님: 시급이 낮은 것(사회적 문제)과 내 스스로 존중감을 갖는 것('피해자'),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행하는 사람('가해자') 의 문제는 모두 다른 문제입니다. 해법이 다르죠. 시급 적은 건 시급 올리는 운동을 하는 것 외엔 없어요. 그건 혼자 하기 힘드니까 연대를 해야겠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모욕감을 느끼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문제에 접근 해봅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쉽게 모욕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상대에게 존중받지 못 하고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거지요. 그 감정은 틀린 것도, 옳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나'라고 하는 게 과연 어떤 것인가를 역시 잘 살펴봐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존중감을 갖기 위해선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가 없어야 하는데, 그건 힘든 일이지요. 대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은 도덕적으로 존중받고 존중해야 하는데,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대해주지 않는 거냐?"라고 물으면서 혼자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그러냐"한다고 상황이 쉽게 달라지지도 않죠. 거기에 끄달리면 자기만 괴롭게 되요. 그러니 "내가 존중을 받지 못 했다, 상처입었다"고 하는 대신, "날 존중하지 않는 저 놈이 나쁜 놈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나아요. 그건 훈련이 필요해요.

또 부당한 대우를 행하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봅시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 자신도 특별히 대우받지 못했기에 조금만 상처만 가지고도 자기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훈련이 되어있어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조그만 자극에도 '욱'하고 올라와서 남을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상대는 그것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나쁜 놈'의 화살을 맞지 않는 훈련을 해야 돼요. 

* * *


같은 성격의 일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각각 달랐다. 거기에 대해 스님은 맞춤식으로 조언을 해 주셨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자신이 맞닥뜨린 사건에 능동적으로 연루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능동성은 자신을 상처 입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훼손되지 않는, 내재적 힘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생긴다. 그렇게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와 제대로 관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_효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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