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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금주의 책

10월 마지막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by 북드라망 2016. 10. 24.

10월 마지막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차의 책』, 오카쿠라 텐신, 정천구 옮김, 산지니


출판사 책소개

1906년, 미국 뉴욕에서 한 일본인이 영어로 된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미술관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펴낸 책은 바로 “The Book of Tea”. 이후 이 책은 오늘날까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손꼽혀왔다.


차는 약용으로 시작하여 음료가 되었고, 후에는 다도라는 심미적 종교로 드높여졌다. 실용적인 것에 미적인 감성이 더해지고, 나아가 종교로까지 승화되었다는 말이다. 저자인 텐신에게는 예술이 곧 종교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일본 다도의 특징이기도 하다. 텐신은 이런 일본 다도의 특징을 통해 일본문화의 품격을 서양에 전달하고자 했는데, 이는 동양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무지와 편견을 깨뜨리기 위함이었다. 


책에서 저자는 도대체 서양은 언제 동양을 이해할 것인지, 아니 이해하려는 시도라도 할 것인지를 물으며, 서양인들이 터무니없는 오해로 “인도인의 영성(靈性)은 무지라고 비웃고, 중국인의 절제는 어리석음이라 치부하며, 일본인의 애국심을 운명론의 결과라고 폄하한다”고 일갈한다.


이른바 현대의 관념 속에 있는 '다도'茶道는 사실상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러한 차'茶'에 대한 일본인의 관념 속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우리 것'에 대해 거의 아무런 애착이 없이 즐겨마시는 '차'를 떠올리며 읽어보면 좋겠다. 차가 더 맛있어지고, 마음이 더 가뿐해지면 그만이니까.

이른바 현대의 관념 속에 있는 '다도'茶道는 사실상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러한 차'茶'에 대한 일본인의 관념 속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우리 것'에 대해 거의 아무런 애착이 없이 즐겨마시는 '차'를 떠올리며 읽어보면 좋겠다. 차가 더 맛있어지고, 마음이 더 가뿐해지면 그만이니까.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하바 요시타카, 홍성민 옮김, 더난출판사 




출판사 책소개

국내 한 해 쏟아지는 출간 종수는 4만5천여 종이나 된다. 하루에 120여 권이 출간되는 꼴이다. 읽을 책은 많지만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일본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저자, 하바 요시타카는 서점에서 일하다가 북 디렉터로서 책을 가지고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한다. 몰랐던 책과 우연히 만나는 기회를 일상 속 여기저기 흩뿌리고 싶어서다.


저자는 병원, 백화점, 기업, 카페 등 책을 잃어버린 공간에 책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서가를 만들어왔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북 디렉터'라는 지금도 생소한 일을 오랫동안 해온 저자는 책의 다양한 가능성과 독서의 의미, 책의 미래, 책과 발견에 대해 그간의 농축된 생각을 담았다. 유려한 글과 깊은 사색이 어우러진 40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책이 읽고 싶어질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을 돌아다니거나, 인터넷 서점을 뒤적거릴 때마다, 매번, 세상에 정말 많은 '책'이 있는 것에 감탄하곤 한다. 물론 동시에 이렇게까지 많은 책이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 그와 동시에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그것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지! 그러니까 그 '감미로움'에 관한 책도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먹방'과 비슷한 것이려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야콥 슈프랭거 , 하인리히 크라머, 이재필 옮김, 우물이있는집 

 



출판사 책소개

수백 만의 여성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었기에 절대로 출간되어서는 안 되었을 이 책은 1486년에 독일에서 처음 발행되었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여성 혐오를 조성했던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어떻게 여자가 마녀가 되었고, 또 마녀가 된 그들의 특징은 어떠하며 그 마녀들의 재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현대의 독자는 마녀사냥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고 여성혐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러시아 역사학자 로진스키의 해설은 이 책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마녀의 실재를 부정하며 따라서 그들에 대한 처벌도 거부하는 성직자들을 겨냥한다. 2부에서는 마법의 여러 형태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3부에서는 재판관과 심문관들로 하여금 마녀에 대처하여 그들을 처벌할 방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부록으로 넣은 로진스키의 해설에서 유럽에서의 마녀 사냥 역사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요즘 한참 『쇼와육군』(책소개바로가기)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보면 '일본제국 육군 엘리트들은 13세 무렵부터 적을 '증오'하도록 끊임없이 훈련받았다'는 언급이 있다. 그런 식의 체계적인 '증오훈련'은 구舊 일본군이 전쟁에서 보인 잔혹함의 여러 기원 중에 하나로 꼽힌다. 나는 그 구절에 한참 머물러 있었는데, 이를테면, 우리 사회에도 그러한 '일본제국' 시절에 기원하는 '증오'의 정서가 착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책도 그와 비슷한 어떤 정서의 '기원'에 관한 1차 자료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떻게 하면 '마녀'를 체계적으로 사냥할 것인지 가르치는 내용. 이 '개명천지'에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여성혐오'의 기원이랄까.



『공장과 신화』, 이영재 지음, 학민사  




출판사 책소개

1970년대 영등포공단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민주화 이야기. 1950년대 모든 생산시설이 파괴된 전쟁의 폐허에서, 1960년대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어 부정한 수단으로 집권연장을 획책한 정치적 혼란상의 한 복판에서 이룬 경제성장이기에 이 '한강의 기적'은 응당 '신화'로 호명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신화가 특정세력이 전략적으로 그 주체를 변조한 신화라면 어떤가? 당연히 그 신화의 주체와 내용을 제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40여년이 지나 정부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회복 하겠다고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그 여성노동자들의 주소지로 달랑 민주화운동 관련증서 한 장을 우송했다. 국가를 위해, 사회를 위해 헌신한 국민들을 예우할 줄 모르는 정부는 함량 미달이다. 게다가 특정 정치세력이 국민들의 시대사적 노력의 성과를 전취하고 독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1970년대를 접속하는 기억의 코드가 '박정희'라는 한 인물의 신격화로 획일화되어서는 안된다. 특정한 인물과 세력이 '성장신화'의 기억코드를 독점하는 동안 공장에서 숱한 밤을 새며 수출물량을 맞추고, 인간다운 노동의 대가를 호소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민초들의 이야기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사회에 드러내고 제대로 된 신화의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근대, 그 중에서도 경제성장과 관련된 공功의 대부분은 한사람에게로 모아지는데, 그것은 알다시피 '박정희'다. 이것은 하나의 '신화'와 같은 것이어서, 실제로 그는 이미 '종교'적 숭배의 영역에 들어선지 오래다. 그래서, 진짜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었던 무수한 사람들의 그러한 '숭배' 속에서 가볍게 지워지고 만다. 현대 한국인들의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한 '공포'와 '절박감'의 기원은 이와 같이 존중이 사라진 역사에 기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밀수 이야기』, 사이먼 하비, 김후 옮김, 예문아카이브




출판사 책소개

그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의 책이 나왔다. 주인공은 '밀수'다. 15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21세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밀수'를 키워드로 세계의 변화와 흐름을 설명한다. 대항해 시대의 실크.향신료.은에서부터 제국주의 시대의 금.아편.차.고무를 거쳐 현대의 코카인.헤로인과 아프리카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7세기 동안의 광활한 여정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 다루는 밀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뿌리째 뒤흔든다. 역사의 은밀한 주역 '밀수'를 통해 세계 무역의 변화와 문명의 확산, 패권의 향방을 추적해나간다. 세상 모든 곳을 비춘 '가장 어두운 것에 관한 탐험'이자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인류의 진보와 세계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가 한편으로 어떻게 이뤄지게 됐는지 살피면서 역사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밀수품과 더불어 수많은 '밀수꾼'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우리가 '위대하다'고 여겨온 인물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왜 밀수꾼의 길을 걷게 됐는지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이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무역 전쟁의 비사와 드라마틱하게 구성된 풍성한 이야깃거리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깊은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고른 책이다. 아무 근거는 없지만, 어렴풋 하게 생각하기를, 그러니까 나는 '역사'는 다양한 '뒷길들' 때문에 굴러간다고 믿는다. 자본과 그것의 운동에 기댄 경제체제로 대표되는 '근대'를 탄생시킨 것은 '밀수'가 아니었을까? 뭐 그런 거창한 담론을 제외하고서라도, '밀수'라는 키워드 속에는 얼마나 기가막힌 서사가 접혀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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