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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가의 영업 비밀? 독자의 독서 비밀!

by 북드라망 2016. 8. 3.


오자와 세이지X무라카미하루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  소설가의 영업비밀?




오자와 : 글의 리듬이란 건 우리가 그 글을 읽을 때 읽으면서 느끼는 리듬인가요?


무라카미 :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 문장부호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깁니다. 폴리리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음악과 마찬가지인 겁니다. 귀가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그게 가능한 사람은 가능하고,불가능한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중략)
전 재즈를 좋아하니까, 그렇게 리듬을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거기에 코드를 얹어 임프로비제이션을 시작한단 말이죠. 자유롭게 즉흥을 해나가는 겁니다. 음악을 만들 때하고 같은 요령으로 글을 씁니다.


- 오자와 세이지 × 무라카미하루키, 권영주 옮김,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2014, 비채, 121~122쪽.


'영업비밀'이라고 달아두었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당연히 '비밀'일 리가 없다. ^^

여하튼, 이게 소설가에게 '비밀'이든, 아니든, 독자로서 나는 무언가 대단한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기뻤다. 이야기를 약간 돌려서 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들을 때 딱 하나, '보컬 멜로디'에만 집중하곤 한다.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러다보면 목소리와 함께 섞이는, 음악의 다른 모든 소리들은 '반주'에만 머무르고 만다. 거기에는 참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들이 우글거린다. 그리고 거기에는 편곡한 사람이 쏟아부은 고민들이 한가득이다. 그것들이 있어줘야 '노래'가 빛나는 법이다. 자, 그러니까 글을 읽을 때, '스토리', 좀 더 다듬어 말하자면 '플롯'만 휙 읽어치우는 것은 글을 절반도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노래를 들으면 춤을 춰야(이건 아닌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을 읽을 때는 그루브를 타줘야 한다. 말하자면, '글자'나, '의미' 같은 언어적인 것 말고, 거기에 섞인 작가의 '리듬'을 읽어야 다 읽은 것이다! 



하루키는 '리듬'이라고 이야기했고, 그건 은유가 아니다. '귀가 좋아야 한다'고도 했는데 이 역시 은유가 아니다. 말하자면, 감각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사실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감각'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야 당연히 감각이 좋아야 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세계'를 몇 글자 안에, 또는 몇가지 음표들(또는 음표와 음표 사이에) 속에 담아야 하니까 넣고 뺄 것을 잘 골라야 하겠지. 읽는 이, 듣는 이도 마찬가지다. 감각이 나쁘면, 잘 읽을 수도 잘 들을 수도 없다. 더 심하게는 읽어도 의미가 없고, 들어도 뭘 들은지 모르게 된다. 그저 순전히 경제적 이유에서라도 '감각'을 기를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 감각을 어떻게 기르느냐?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문제다. 플롯을 따라가 스토리를 읽어치우지 말고, 천천히 여백까지 통째로 읽어가는 비경제적인 일들을 반복하면 된다. 뭐랄까 본심을 말하자면,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읽고, 듣고, 보았으면 좋겠다. 세계가 그나마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각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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