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정화스님 멘토링] 시시비비만 가리다 보면 즐거운 삶을 놓칠 수 있어요


자기 우상에서 자유로워지세요




❙ "뭐든지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Q. 처음엔 이렇게 오래 공부를 할지 몰랐고, 왠지 모르게 하다보니까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정체성을 모르겠어요.




스님_ 예습, 복습만이 공부가 아니고, 노는 것을 몸에 익히는 것도 공부예요.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배우는 것을 몸에 익히는 게 학습이에요. 따로 공부가 무엇이다 하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와서 노는 지 공부하는지 모르게 하면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게 됩니다. 


 

Q.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면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조금만 틈이 생겨도 게을러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돼요.



스님_ 열심히 해서 결과를 내야 된다고 설정하면 결과를 못 냈을 때 우울해지잖아요. 그런데 너 힘들었구나 좀 쉬고 하면 우울할 일이 없잖아요. 열심히 쉬면 돼지. 열심히만 하려고 하는 것은 되고 싶은 자기, 즉 자기 우상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현재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소외시키게 돼요. 게을러졌으면 그런 자신을 탓할 게 아니라, “네가 요즘에 많이 힘든 모양이구나.”하고 쉬어야 돼요.


 

Q. 게으르면 재시험을 보게 되고, 더 스트레스가 생겨요.



스님_ 시험이 빵점인데 “참 잘했어요”라고 다른 사람한테 들으려고 하니까 힘든 거예요. 시험에서 빵점을 맞아도 “내가 잘 놀았으니까 당연하지”하면 돼요. 물론 선생님한테는 혼이 날 수도 있죠. 그럼 저분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시는구나 하면 돼요. 중요한 것은 대신 남한테 비추어진 나, 즉 자기 우상을 만들지 않는 거예요.





❙ 조 모임 갈등 풀기

 

Q. 저희 조에서 다툼이 있었어요. 돌아가면서 암송을 하고, 조에서 준비가 잘 된 사람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는데, 2학기 쯤 되니까 다들 긴장이 풀어졌는지 안 해 오는 거예요. 그래서 자구책으로 누군가가 조를 대표해서 외워오자 하고 조원 한 명을 시켰어요. 그랬더니 다른 조원이 “이런 식으로 몰아가지 말라. 그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부조장이거든요. 그동안 저도 조원들을 위해 궂은 일 마다 않고 했는데, 조 활동을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제안한 것을 안 하겠다고 하시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스님_ 두 분 사이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말이 틀려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 말은 각자의 입장에서는 다 맞을 거예요. 말이란 것은 모두가 똑같이 들을 수 없도록 돼 있어요. 게다가 한명이 부조장, 작은 완장을 찬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아무튼 둘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느꼈던 것을 감정 그냥 그대로 말하는 거예요. 옳고 그른 걸 따지려하지 말고요.


두 번째, 상대 이야기를 일단 듣고, 그런 다음에 서로 잠시 상대가 되어서 어떤 느낌일 것 같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러면 이쪽 말, 저쪽 말 둘 다 그 입장에선 맞다는 걸 느낄 거예요. 그걸 놓친 채 시시비비를 가리다 보면 편히 살고 즐겁게 살고 기쁘게 살자고 하는 삶을 놓치게 됩니다.


시시비비만 가리다가는 즐겁고 기쁘게 사는 삶을 놓치게 됩니다.




❙ 추장의 화풀이?

 

Q. 저는 따로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운영을 하면서 오히려 의사 표현, 감정 표현하는 게 어려웠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감이당을 만나 공부 하면서 ‘마음에 담아 두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구나.’, ‘감정에 잉여를 남기지 않는 게 필요하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걸 연습했어요. 필요할 때 욕도 하고요. 전 그게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랬더니 공동체도 잘 운영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끔 그걸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님_ 화를 꼭 내야 할 때는 '아 저 사람이 화났구나'만 알게 하면 돼요. 특정한 사람에게 욕을 한다거나 원망을 하면 당연히 관계가 끊어지죠. 공동체는 이익집단이 아니에요. 방금처럼 욕을 한다거나 특정 상대를 비난하면 공동체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이익 집단이 돼요. 이를테면, 욕을 하거나 특정인에게 화를 내는 것이 보살님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욕을 하거나 특정인에게 화를 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화를 내야 합니다.



물론 화를 안 낼 순 없지요. 화를 다른 방식으로 내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 특정 상대를 지목하지 말고 전체에 대놓고 쇼를 한 시간씩 해요. "나는 이렇게 화났습니다."하고요. 어떤 사람이 잘못한 순간에 화를 내면 안 돼요. 묻어놨다가, 한 2-3개월 동안 자기를 잘 보고 살다가 아무 일 없을 때 혼자서 발광을 해요. 그럼 다 알아요.

모두 가 다 그럴 수 있으면 좋죠. 화를 내지 못 하면 긴장을 하게 되고, 그러면 공동체에서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모든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몇 십 명이 돌아가면서 해도 3개월이면 다 돌아가요. 아무것도 없어도 '나 화났다'하고 표현하는 일을 한 번씩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풀집은 무지개집이 아니에요."

 

Q. 이사를 와서 세 달째 살고 있어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별 문제가 없었는데, 살다보니 새삼 제 성질이 보이는 거예요. 얼마 전에 마감을 앞두고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되었어요. 마음은 급한데. 이미 과제를 다 한 룸메이트들은 마루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좀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 좀 조용히 해 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룸메이트들은 그런 제 말이 불편했는지, 기분이 상한 기색이었어요. 눈에 보이게 싸운 건 아닌데, 그 이후로 왠지 모르게 불편한 게, 관계가 좀 서먹해졌어요. 어떻게 하면 이 서먹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스님_ 함께 사는 사람이 모두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는 것은 이상입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친 자매끼리도 서먹서먹한 일이 발생합니다. 행여나 더 좋아지거나 더 친해지기를 바랄 것 없어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같이 할 수는 있어도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풀집은 무지개집이 아니에요. 번뇌들이 부딪치는 곳이에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을 버리세요.

두 번째, 상대한테 좀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말하면 그 사람 행위를 내가 통제하게 되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말로 한다고 해도 상대는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택지를 상대에게 넘어가도록 하는 연습을 해야 돼요. 상대가 그렇게 해 주면 좋지만 반드시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말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같이 사는 이상 늘 화목할 수 만은 없습니다. 같이 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108배 총정리~!

 

Q. 108배를 할 때 백일동안 한 주제를 갖고 절을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나요?



스님_ 맞아요. 더 오래 할 거면 백일씩 끊어서 하면 오래갑니다. 또 천 일 하는 사람들은 백일 씩 끊어서도 하더라고요. 끝나고 나면 졸업식을 하듯이 하고, 시작할 때 입학식 하듯. 


 

Q. 전 108배를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하거든요? 앞부분엔 참회문이 나오고, 뒷부분엔 감사문이 나와요. 그런데 108배하면서 소원을 빌면 안 된다고 들었거든요?



스님_ 해도 돼요. 그런데 참회문 말입니다. 그 말씀 자체는 좋아요. 이를테면, “부모님한테 효도하지 않는 것을 참회합니다.”라는 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은 틀렸어요. 자식들은 부모들한테 참회 안 해도 훌륭한 자식이에요. 그런데 왜 자식들이 효도를 하지 못 했다고 자책해야 할까요? 가능하면 절을 할 때 참회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모든 것을 다 참회해야 한다면 살수가 없어요. 죽어요. 하하. 물론 우리는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며 살지요. 또 습관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일일이 참회하는 것은 죄책감을 내면화하는 일이에요. 전 참회하는 것을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Q. 주제 없이 절을 해도 되나요?



스님_ 해도 되요. 그 때는 몸짓을 자각하면서 하세요. 이미지를 떠올려도 되고, 그대로 자신의 올라오고 내려가는 행위를 보고 있어도 좋아요.



Q. 108배를 백일 씩 세 번 했는데, 한 번은 백번을 다 채웠고, 두 번은 열흘 남겨놓고 못 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요?



스님_ 기본은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목표라고 하는 것이 사람을 굉장히 이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90일을 지킨 것은 굉장히 잘한 거거든요. 그런데도 그것을 잘했다고 못 해요. 목표를 세우면 “그 일을 끝까지 해야된다.”고 생각하죠. 근데 목표를 이룬 것만이 진리가 아니에요. 그냥 자신이 90일 하는 것이 진리에요. 내가 살아가는 과정의 삶들이 진리지, 삶이 이루는 어떤 것이 진리가 아니란 겁니다.


요즘은 그 목표가 하나에 쏠려 있는 게 문제지요. 이를테면, 여러분은 "부자되세요~"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요. 홍세화씨가 귀국해서 그 "부자되세요~"란 광고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부자가 있다는 말은 가난한 사람이 있어야 부자가 성립합니다.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가 부를 누릴수록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해지죠. 부자가 된다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몇몇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가난해져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에요.


이처럼 진리처럼 느껴지도록 설정된 삶의 목표들이 자신 뿐 아니라 타인들을 힘들게 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것을 떨쳐내는 훈련을 해요. 목표를 방향키로 쓸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를 삶의 궁극적 의미로 삼으면 안 돼요. 108배도 마찬가지에요. 90일까지 하고 놓쳤으면 한바탕 웃고 한 열흘 쉬고 다시 하면 되고. 그것도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안한 나'를 '한 나'와 비교해서 '너는 왜 하는 일마다 그러냐?'며 괴롭히지 마세요. '아 네가 힘들었구나. 하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안 했구나. 잘했다. 다음에 또 하자.' 그러면 돼죠. 잘못된 세팅을 빨리 풀고, 순간순간 리셋하세요. 일주일만 해도 되고, 한 시간만 해도 됩니다. 



잘못된 세팅을 빨리 풀고, 순간순간 리셋하세요.


글/정리_신효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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