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오찬강연회 후기 - 백수의 낮은 아름답다!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출간 기념 오찬+강연회

'백수'라는 새로운 길을 내기



3월입니다. 벌써 2016년이 된지 2개월하고도 열흘하고도 이틀째입니다. 그 사이에 다섯번째 책이 나와서(아, 저희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 잊힌 감이 있지만, 저희 첫 책은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저께, 3월 10일 목요일 길진숙 선생님의 저자강연회가 있었지요. 조선의 백수 지성들을 탐구하는 책이니 만큼 낮에 자유로운 백수분들을 우선 모시고자 낮에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 식사도 대접하자 싶어 점심을 붙여 ‘오찬강연회’라고 이름 붙였지요.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라고 카피도 붙여서 말입니다.


장소를 필동의 남산강학원으로 정한 것도 의미가 있었답니다. 농암 김창협 선생에게 석실서원이 있듯이 길진숙 선생님께는 남산강학원이 있거든요. 선생님께서 세미나와 강연을 통해 동학과 후학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고 책도 쓰시는 곳이 여기니까요. 그리고 남산강학원은 지성을 탐구하고 싶어하는 백수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입니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많고, 점심도 저렴(무려 2,500원!)합니다. 바로 옆에는 남산 산책로도 있지요. 사람과 먹을 것, 공부 거리가 있고 산수가 좋은 곳으로 이보다 더 백수의 삶을 탐구할 만한 곳이 또 있을까요. '낮이 자유로우신 분들'께 이런 좋은 공간을 소개해드리자는 마음도 있었지요.


찾아와 주신 독자님들께서 저희를 찾지 못하실까봐 이번에는 큰 표시를 달아보았습니다. “제가 북드라망 직원입니다”라고 만들어서 가슴(과 등짝)에 매달고 있었지요. 북드라망 직원 찾기 쉬우셨지요? ^^ 다음에도 이렇게 눈에 잘 띄는 걸 달고 있을테니 저희 찾기가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저희가 북드라망 직원입니다'


독자님들이 오시기 전에 점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쑥전입니다. 실은 제가 미리 가서 식사 준비를 도왔는데요, 저 쑥전에 저의 손맛을 가득 담았답니다. ^^


일찍 오셔서 시간까지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아무튼 12시가 딱 되자마자 편집자 k님이 인사를 드리고, 바로 남산강학원의 기범 선생님이 공간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기범 선생님은 남산강학원에서 공부도 하시고, 『낭송 대학/중용』을 풀어 읽어주신 김벼리 선생님과 공동으로 주방지기를 맡고 계시지요.) 깨봉빌딩의 2층과 3층, 마지막으로 주방을 소개해주신 다음에 바로 식사 시간을 가졌답니다. 남산에서는 잔반이 없도록 자율배식을 하고, 먹은 접시를 식빵으로 닦아야 먹어야 합니다. 먹은 그릇도 각자 설거지해야 하구요. 이렇게 먹으니 꼭 절에서 공양하는 것 같다는 독자님도 계셨지요. 낯설 수도 있었는데 맛있게 드셔주시고, 약속을 모두 따라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신과 깨봉빌딩을 소개하고 계신 기범 샘.


유난히 '공부방'에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역시 공부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님들이십니다^^


마침내 주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곧 밥을 먹는 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간 곳에서 낯선 방식으로 식사를 하시는 것이 저는 조금 걱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은 처음 보신 분들과도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시더라구요. 오히려 즐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모여서 주방 옆 카페에서 직접 커피도 내려 마시기도 하시면서요. 제 걱정과 달리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손수 설거지까지 하시고, 강연 시작전 커피까지 내려 마시는 독자님들. 왠지 편안해 보여서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연! 『낭송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의 저자 길진숙 선생님께서 한시간 정도 강의를 해주시고, 질의응답을 가졌습니다. 드디어 오찬이 끝나고 강연이 시작되었지요.


사실 선생님도 이 네 분(농암 김창협, 성호 이익, 혜환 이용휴, 담헌 홍대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실 때, 이 네 사람을 백수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선비라는 존재 자체가 독서/공부를 하는 사람이고, 어떤 생산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요.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품거나 할 일은 없으셨던 것이죠. 이 네 사람을 탐구하시게 된 계기도, 18세기의 거대한 두 별인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의 ‘다름’이 기질적인 문제였는지 아니면 노론과 남인학맥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따져보시다가 거슬러 올라가셨던 거였지요. 그래서 노론 학맥의 김창협과 홍대용, 남인 학맥의 성호 이익과 그의 조카인 혜환 이용휴 요렇게 탐구해보자 하셨던 거죠. 그래서 어느 정도는 학맥적인 특징도 발견하셨습니다. 노론은 정치적인 사유보다 글쓰기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거나, 남인은 정약용처럼 제도계혁이나 사회계혁에 관심이 많고 진지한 편이라던가 하는 식으로요. 그렇지만 김창협, 이익, 이용휴, 홍대용은 학맥과 상관없이 기존 사대부가 가던 길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새로움을 ‘백수’에서 찾으신 것이죠. 이렇게 『18세기의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가 시작된 겁니다.


강의 시작. 책이 쓰이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는 걸로 시작하셨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강연을 들으시고, 남기시는 독자님들.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백수'는 조선 당시에 지금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는 백수, 하는 것 없이 방탕하게 노는 사람들은 백수가 아니라 파락호라고 불렸죠. 연암도 한때 파락호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백수는 그냥 손에 아무 것도 쥔 것이 없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었죠. 그런 것이 세월이 흘러 '백수건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제법 더 지났고, 백수가 300만이 넘었다고 하는 이 시기에 과연 백수는 '백수건달'이기만 해야 할까요.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렇고 백수에게 제일 많은 것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한번 쯤은 묻게 되겠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세상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백수는 존재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때 백수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문이 시작되는 이 지점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열심히 찾아갈 때, 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때에 지성이 아니면 그 답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백수일수록 자탄에 빠지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이 네 사람이 18세기에 한 것처럼 말입니다.



강의는 자연스럽게 김창협과 이익, 이용휴와 홍대용의 생애와 빛나는 독창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어진 강의라서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배도 부르고, 앉은 자리는 따듯하니 혹시나 눈을 감은 채로 깊은 사색에 빠지실까 싶었던 거죠. 그렇지만 다들 강의가 끝날 때까지 굳게 자리를 지켜주셨고 질의응답시간에도 활발하게 질문해주셨습니다.


질문에 답을 해주시다가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연암이 원한 직업이 '능지기'였다고 합니다. 그냥 능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녹봉을 받으며 그냥 책이나 읽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연암의 초상화를 생각하면서 능을 지키는 연암을 상상해 봤습니다. 정말 평화롭고 느긋했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강의는 끝이 났습니다. 여기는 남산강학원이니 여기의 약속을 따라, 각자 앉은 자리의 방석과 사용한 책상은 제자리에 돌려주시는 것도 독자님들 스스로 하셨어야 했죠. 모두들 기꺼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막간을 이용해 비공식 사인회가 진행되었지요. 북드라망 강연회에 공식적인 사인회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책을 가지고 오셔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시는데 안되는 경우는 많지 않답니다. 그러니 강연이 끝나고 사인과 그 시간의 짧은 담소를 많이 노려주세요!


선생님은 사인 아래에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이라고 써주셨습니다.'길은 다니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만들어진 길을 갈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새로 길을 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새로운 길을 내려면 먼저 다녀야지요. 그래야 길이 납니다. 조선의 백수 지성 4인방에게서 백수의 노하우를 배운다는 것은 아무도 내지 않은 새 길을 내기 위해서 첫 발을 땔 수 있는 영감을 얻는 일이 아닐까요. 독자님들도 각자의 영감을 얻어가셨길 바래봅니다.


저희도 대낮에 한 강연은 처음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희 강연회에 처음 참여해주시는 독자님들이 많으셨습니다. 초면인데도(^^;;) 점심 잘 먹었다고 말씀해주시고, 자리 끝까지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맛에 독자님들 뵙는 강연회를 연다니까요!) 그리고 사정이 안돼서 못 오신 독자님들도 다음 기회 될 때 뵙겠습니다. 특히, 강연회 신청하시고 취직하신 독자님. 꼬옥- 저녁에 하는 강의 때 한번 찾아주세요. 얼굴 뵙고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바로 다음 달에 이번에 나온 낭송Q시리즈 시즌 2 관련 강연회가 열린답니다. 대낮에 한 강연회에 못오셨다면 꼭 저녁에 열리는 강연회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공지가 나갈테니 북드라망 블로그를 주목해주세요! 그럼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조선의 백수 지성 4인방'의 빛나는 독창성으로 확인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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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옥이낭자 2016.03.22 10:29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이런 좋은기회를 놓치다니 ㅠㅠ
    제가 북드라망 직원입니다 표시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 북드라망 2016.03.22 10:35 신고 수정/삭제

      네, 아쉽습니다ㅜㅠ
      옥이낭자님께서는 저희 얼굴 다 아시겠지만 그래도 요런 표시가 있으면 더 찾기 쉬우시겠죠?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