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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원일의 락락(樂樂)

지루할 틈이 없던 시절을 위한 노래, 펫샵 보이스의 〈Being Boring〉

by 북드라망 2015. 11. 16.


펫샵 보이스의 《Behaviour》 앨범 수록곡

〈Being Boring〉





이번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일렉트릭 팝의 명곡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내 음악 라이브러리의 ‘가장 즐겨 듣는 음악’ 목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곡은 영국의 남성듀오 펫샵 보이스(Petshop boys)가 1989년에 발표한 앨범 《Behaviour》에 수록된 <Being Boring>이다. 이 곡은 어린 시절부터 펫샵 보이즈의 절친이었으며 에이즈로 인해 89년 사망한 크리스 도웰에게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곡을 살펴보자. 인트로의 휘파람 소리 같은 사운드에 이어 펼쳐지는 드럼비트, 프레이즈를 고조시키듯 금빛으로 채색되는 전자하프 소리의 아르페지오는 질풍노도의 방만한 젊은 시절의 기억들을 아름답게 수놓는 역할을 한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의 팝 음악을 수놓은 아날로그 전자악기들을 편안하게 사용하여 들을 때마다 결코 넘치지 않는 단순하고 빈티지한 사운드 구성에 오히려 더 감칠맛 나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는 요즈음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일렉트로닉스 반전 기법에 의한 사운드라 할 덥스탭(Dub Step)이나 글리치(Glitch)류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에게는 사운드의 ‘과유불급’에 대한 신선한 재발견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곡의 제목은 멤버 중 주로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닐 테넌트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부인이자사교계를 전전하다 정신병으로 사망한 젤다 피츠제럴드(Zelda Fitzgerald)의 글을 읽던 중 얻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때 읽었던 문장은 “She refused to be bored, chiefly because she wasn’t boring.”(그녀는 지루해짐을 거부했다. 왜냐하면 사실 지루할 틈이 없었기에.)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결혼식을 올린지 몇달 후의 모습이다.


“We were never being bored” 우린 지루했던 적이 없었어……. 노래를 듣는 내내 남는 문장이기도 했고, 언제나 그렇게 살고 싶기에 따라 불러보게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가끔 “나는 혼자 있어도 잘 놀고 지루할 틈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은근히 부러웠던 마음이 이제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기에.

그런데 이 곡은 또 한편으로는 공부할 과제와 해야 할 일들의 더미 사이에서 부담과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휴식처럼 스며드는 음악일 수도 있으리라.



어떻게 우리들 자신이 하는 일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일임을 또렷이 알 수 있을까?


피츠제럴드 부부의 묘비명에 새겨진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구절을 보자.

“그렇게 우리는 과거 속으로 끊임없이 밀려가면서도, 흐름을 거스르며 배를 띄우고, 파도를 가르는 것이다."


# 〈Being Boring〉번역된 한글 가사와 아리송한 원문의 숨은 뜻까지 잘 정리해 놓은 블로그가 있어 소개합니다. 

http://derek42.blog.me/220056468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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