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덜어낼 때에는 정성을 다해서 - 산택손


산택손

덜어낼 때에는 ‘정성’을 다해서




오늘 만날 괘는 산택손(山澤損)이다. ‘損(손)’은 ‘덜다, 줄이다, 감소하다’라는 뜻이 있다. “손해 봤다”라고 할 때의 그 ‘손’이다. 손을 나타내는 ‘扌(수)’와 수효를 나타내는 ‘員(원)’이 합쳐져, 손으로 덜어내는 것을 뜻한다.


상괘는 산이고, 하괘는 연못이다. 즉, 산 아래 연못이 있는 형상인 것.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어떻게 풀이했을까? 연못은 낮고 산은 높은데, 연못이 자신을 덜어내어 산을 높게 하는 것이 ‘손’이다. 그렇다면 『주역』 ‘산택손 괘’에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산 아래 연못, 산택손



산택손 괘사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손 유부 원길 무구 가정 이유유왕)

曷之用 二簋可用享(갈지용 이궤가용향)

손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르다.

가는 바를 두면 이로우니 어디에 쓰리오, 두 대그릇에 가히 제사 지내느니라.


바로 앞 괘가 ‘뇌수해’다. 풀어주어 자유로워지는 괘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解(해)’ 이후에 ‘損(손)’이 온다고 보았다. 풀어지고 난 뒤에는 자신에게 있는 무언가를 덜어내야 하는 상황, 즉 손해 볼 상황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덜어내는 것이 엄청난 부담은 아니다. 믿음이 있다면, 대그릇 두 개에 담긴 것만으로도 가히 제사를 지낼 수 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믿음, 그 마음이 바로 ‘孚(부)’라는 글자에 담겨 있다.


彖曰 損 損下益上 其道上行(단왈 손 손하익상 기도상행)

損而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손이유부 원길 무구 가정 이유유왕)

曷之用 二簋可用享(갈지용 이궤가용향)

二簋應有時 損剛益柔有時, 損益盈虛, 與時偕行(이궤응유시 손강익유유시 손익영허 여시해행)

단에 이르기를 손은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여 그 도가 위로 행함이니

손괘의 도리를 지켜 성의가 있으면 크게 길하여 허물이 없다.

꾸준한 마음이 변함없게 하라, 그러면 하는 일에 이로우니라.

“갈지용 이궤가용향”은 두 대그릇이 마땅한 때가 있으며

剛을 덜어 柔에 더함에 마땅한 때가 있으니,

덜고 보태고 차고 비움이 때에 따라 함께 행함이라.


象曰 山下有澤損(상왈 산하유택손)

君子以懲忿窒欲(군자이징분질욕)

상에 이르기를 산 아래 못이 있는 것이 손괘의 괘상이니,

군자가 이로써 성냄을 징계하며 욕심을 막느니라.


단전에서는 덜어내는 것에 ‘때’가 있고, 덜고 보태고, 가득 채우고 비우는 것에도 ‘때’가 있다고 보았다. 아무 때나 막 덜어내는 것이 아니다. 상괘는 지도층으로 하괘는 백성으로 보기도 한다. 대부분은 상괘에서 하괘로 베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산택손은 반대다. 오히려 백성이 자신들의 ‘대그릇 2개’에 무언가를 담아 상층부에 전달해주는 형국이니 말이다. 상층부는 주기만 하니 받을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그릇 2개’에도 폭풍감동을 하게 된다.


상전에서는 이 괘의 이치를 살펴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징계한다고 하였다. ‘懲(징)’은 마음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직접 응징하고, 벌을 주는 것이니 경계하는 것보다 더 강도가 센 편이다. 여기에서 징계한다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전체가 모두 좋은 방법을 추구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산택손 효사


初九 已事湍往无咎 酌損之(초구 이사단왕무구 작손지)

초구는 일을 마치거든 빨리 가야 허물이 없으리니 참작하여 덜어내느니라.


象曰 已事湍往 尙合志也(상왈 이사단왕 상합지야)

상에 이르기를 ‘이사단왕’은 위와 뜻이 합함이라.


양의 자리에 양이 왔다. 회사로 치면 갓 입사한 사원인데, 능력 있는 친구다. 자신의 할 몫을 다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퇴근하려고 보니 초구의 상사인 ‘육사’가 힘들어하고 있다. 만약 ‘육사’를 무시하고 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일은 해결했더라도 결국 전체적으로 일이 망하게 되므로, 자신이 한 것도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그래서 초구는 자신의 일을 다 하면 재빨리 육사에게 가서 그를 도와야 한다. 이처럼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하기 때문에 허물이 없으나 육사를 도울 때,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해야 한다.


九二 利貞征凶 弗損益之(구이 이정정흉 불손익지)

구이는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고 가면 흉하니, 덜지 말아야 보탬을 받느니라.


象曰 九二利貞 中以爲志也(상왈 구이이정 중이위지야)

상에 이르기를 ‘구이이정’은 중정으로써 뜻을 삼음이라.


구이의 상사는 ‘육오’이다. 그런데 육오는 ‘상구’에게 눌려 쩔쩔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참지 못해 육오에게 따지러 간다면 흉하다. 따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육오를 위로해주는 편이 낫다.


구이는 하괘에서 중앙에 위치하며 중요한 자리이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그래서 ‘참고 견뎌야 이롭다.’고 하였다. 구이는 가만히 있는 것이 보탬이 되는 상황이다.


六三 三人行則損一人 一人行則得其友(육삼 삼인행칙손일인 일인행칙득기우)

육삼은 세 사람이 가면 의심이 생겨 곧 한 사람을 덜고, 한 사람이 가면 벗을 얻어 협력할 수 있다.


象曰 一人行 三則疑也(상왈 일인행 삼칙의야)

상에 이르기를 ‘일인행’은 셋이 되면 곧 의심하리라.


육삼은 아래에 두 양을 거느리며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손’괘의 총체적인 난국을 일으키는 것은 ‘상구’이다. 이 상구를 ‘케어’ 해야 하는 것이 육삼인데, 육삼은 자신이 걱정이 없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상구를 만나 문제를 해결해야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아진다.


육삼은 늘 두 양효를 거느리고 다니므로 상구를 만나러 갈 때에도 셋이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두 양 중 한 명과는 친해지겠지만, 한 명과는 소원해질 수 있다. 구이와 친하게 지내면 초구가 소외감을 느끼고, 초구와 친하게 지내면 구이가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이 빠지게 된다. 그러니 조용하고 은밀하게 혼자 가서 상구와 협력하는 것이 좋다.


함께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六四 損其疾 使遄有喜无咎(육사 손기질 사천유희무구)

육사는 그 병을 덜되, 빨리하게 하면 기쁨이 있어서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 損其疾 亦可喜也(상왈 손기질 역가희야)

상에 이르기를 ‘손기질’하니 또한 가히 기쁘도다. 


손괘의 병은 다 ‘상구’ 때문이다. 이 상태로 내버려두면 고질병으로 바뀌고 만다. 지금 손괘의 병은 육삼이 나서면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육삼은 나서기를 싫어하니, 육사는 육삼을 설득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만약 머뭇거리면 육삼이 떠나버리기 때문에 빨리 육삼을 설득해 상구를 만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빨리하면 기쁨이 있고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또, 육사는 지금 자신의 일이 버거워 쩔쩔매고 있는 형국이다. 초구가 도우러 왔을 때 자존심 상한다고 거절하지 말고, 기꺼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六五 或益之十朋之 龜弗克違元吉(육오 혹익지십붕지 귀불극위원길)

육오는 혹 더하면 ‘십붕’이라 거북점을 하여도 어기지 아니하리니 크게 길하니라.


象曰 六五元吉 自上祐也(상왈 육오원길 자상우야)

상에 이르기를 ‘육오원길’은 위로부터 도우니라.


육오는 전체 실권자의 자리이다. 그런데 육오는 연약하고, 상구는 너무 강력하다. 은퇴한 전 회장님의 입김이 너무 센 형국이랄까. 강력한 벽에 부딪치다 보니 육오는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눈앞의 어려운 상황만 보지 않고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상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육삼’이 있기 때문이다. 육삼을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설득을 하여 상구와 짝이 되면 흡족해진 상구가 육오를 돕게 된다.


‘朋(붕)’은 여기에서 돈의 단위로 쓰였다. 10붕(朋)이나 되는 비싼 거북 등껍질을 사서 상구의 마음이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 점을 쳐도, 점의 결과와 상관없이 상구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上九 弗損益之 无咎貞吉 利有攸往 得臣 无家(상구 불손익지 무구정길 이유유왕 득신 무가)

상구는 덜지 말고 더하면 허물이 없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신하를 얻음이 집이 없으리라.


象曰 弗損益之 大得志也(상왈 불신익지 대득지야)

상에 가로되 '불신익지'는 크게 뜻을 얻음이라.


상구는 은퇴를 해야 하는 위치이다. 그런데 양이다 보니 육사, 육오의 일에 자꾸 개입하게 된다. 만약 상구가 돈 많은 할아버지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여기에 어여쁜 육삼이 와서 상구의 짝이 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육삼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고 저울질한다면 좋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육삼은 딱히 오고 싶어 오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권유도 있고, 자신이 어느 정도 참아내면 전체가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참으면서 잘 분별해야 길하다’고 하였다. 또한, 상구는 물러서야 하는 자리이므로 육삼을 얻었다고 해서 다시 관여하면 안 된다. 만약 왕이라면 정치에서 물러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신하를 얻더라도 정치할 국가를 갖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잘 덜어내야 한다.


괘의 이름처럼, ‘산택손’은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능력 있는 신입사원 초구는 ‘칼퇴’하지 않고, 육사를 정성스럽게 도와 함께 야근하며 팀의 위기를 넘긴다. 구이는 결제를 시원스레 하지 못하는 육오가 답답하고 짜증 나더라도, 육오에게 화를 내지 않고 달래며 상황을 좋게 만들어간다. 육삼은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 상구에게 가 짝이 된다.


육사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자존심을 버리고, 초구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해결한다. 육오는 지나친 간섭을 하는 상구 때문에 힘들지만, 육사와 함께 육삼을 설득해 상구에게 보낸다. 그러면 상구는 이제 육오를 돕게 될 것이다. 상구는 지나친 간섭은 피하고, 육삼과 함께 여생을 즐겁게 보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야 할 글자는 바로 ‘孚(부)’이다. 자신의 역할은 각각의 자리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의 손해가 전체를 위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덜어내는 것을 ‘손해’라고만 볼 수 있겠는가. 자신의 것을 덜어내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德(덕)이 될 것이다.



글_만수(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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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조아하자 2015.05.07 22:50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어려운 책일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드네요..;;

    • 북드라망 2015.05.08 11:15 신고 수정/삭제

      『주역』 이야기하시는 거죠? 기분탓이십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