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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톡톡] 임신 중 증상 - 자림, 자수, 자리

by 북드라망 2015. 4. 16.


임신 초중반에 이걸 조심하자!

- 자림, 자수, 자리 -




최근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쿠바에 대해서 일상이 여유롭고, 항상 음악과 춤이 있고, 오래된 건물과 물건들을 아끼며 산다는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알게 된 쿠바는 완전 다른 나라였다. 미국에 의해 경제가 봉쇄되어서 물질자원이 부족했지만, 쿠바는 능동적으로 공동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예컨대 허리케인으로 낡은 가옥이 상당수 부서져 집을 지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택뿐만 아니라 그것과 연계된 모든 것들을 함께 고려했다. 그들에게 집을 제공하면 직업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식량과 교육도 확보해야 했다. 교육의 내용도 다른 것이 아니라 연대 정신이었다.

임신부에게도 필요한 건 연대감이다. 그 연대감이 위태로울 때 생기는 병증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임신 中 수액대사의 적신호, 자림


임신부의 방광에 열이 쌓이거나 태기(胎氣)가 몰려 그득해져서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아픈 것을 ‘자림(子淋)’ 또는 ‘자만(子滿)’이라고 한다. 전포증(轉脬證)은 임신부의 체질이 본래 약하거나 근심과 번민이 많거나 성질이 조급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방광이 태아에게 눌려서 한쪽으로 밀려 오줌길이 꼬이고 뒤틀려서 통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태가 만약 들려서 가운데에 놓여 오줌길이 소통된다면 소변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71쪽


소변은 신장의 기화작용(氣化作用)으로 방광에 일정량의 소변이 차면 체외로 배출된다. 수액은 소장에서 찌꺼기를 거르면서 생기는데, 여기에서 생긴 즙이 방광 안으로 스며들어 가고, 신장이 이것을 기화시켜 오줌으로 만들어 내보낸다. 이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할 때 소변은 나오지 않고 아랫배가 그득해지는데 그것을 자림이라고 한다.


또 임신부가 근심과 번민이 많으면 기혈이 울체되어 진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또한, 성질이 조급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도 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열로 혈이 조려지게 된다. 조려진 혈과 기름진 음식의 화기는 위로 뜨게 되고 혈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음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즉, 열이 위로 뜬 것으로 이때 신장의 기화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방광의 개합(開闔)하는 조절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자림은 신장 기능 약화로 인한 진액 부족에서 온 것이다.


오줌길이 꼬이고 뒤틀렸을 때는?


그렇다면 이 불균형이 초래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진액의 출발점은 비위의 운화 기능에 있는데, 그것을 잘 돌게 해야 충분한 진액이 신장과 방광으로 공급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엄마의 진액이 태아에게 적절하게 공급된다. 또한, 진액의 소통을 막는 것은 태아에 눌려서 오줌길이 막힌 것에도 원인이 있다. 오줌길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의보감』에서는 총백(파의 흰 뿌리 부분)을 잘게 썰어서 소금을 넣고 볶은 다음 뜨거운 것으로 배꼽 아래를 찜질하면 소변이 곧 나온다고 한다.



임신 中 면역력 저하, 자수


임신 때 풍한사(風寒邪)에 감촉되어 오랫동안 기침을 하고 멎지 않는 것을 ‘자수(子嗽)’라고 한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72쪽


풍한사(風寒邪)는 오싹오싹 추우면서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증상을 말한다. 이렇게 풍한사가 들어 기침을 오랫동안 하는 것을 자수(子嗽)라고 한다. 폐가 기(氣)를 주관하는데, 몸에 들어온 찬 기운이 폐를 상하게 하여 기가 오르기만 하고 가라앉지 않는다. 기가 가슴과 목구멍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목 안이 간질간질하여 가려운 것 같고 까칠까칠한 것이 걸린 것 같아 기침을 하게 된다. 임신부가 이런 증상이 오는 것은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면역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피부를 주관하는 폐의 기운이 약해진 것이다.


폐는 우주의 기운을 처음 접하는 장기로 외부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통로이다. 폐가 상한다는 것은 외부와의 조절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임신부의 몸을 따뜻하게 해줄 기혈과 진액이 부족해서 생길 가능성이 크다. 즉, 임신부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촉진할 양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렇게 외사가 들어온 것을 방비하지 못하면 자수가 생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약을 생강이라고 말한다. 생강 5쪽을 물에 달여 마시면 기를 내려주고 풍‧한(風‧寒)을 없애고 기침을 치료할 수 있다. 기침할 때 생강을 많이 쓰는 것은 이 약의 매운맛이 한기(寒氣)를 발산시켜 주기 때문이다. 단, 폐의 찬 기운을 몰아내려면 반드시 생강의 껍질을 제거하고 써야 한다. 생강 자체는 따뜻하지만, 생강의 껍질은 차기 때문이다.


폐의 찬 기운을 몰아내는 생강!



임신 中 열 때문에 생기는 설사, 자리


임신 때 적백이질(赤白痢疾)로 곱똥을 누면서 배가 몹시 아프고 아랫배가 땅기며 뒤가 무지근한 것을 ‘자리(子痢)’라고 한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72쪽


자리는 고름이 끼거나 혈이 섞여 나오는 설사를 말한다. 이질은 “여름철에 날것과 찬 것을 지나치게 먹어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여 음식이 쌓이고 기가 막혀 있다가 이질이 된다.”고 하였다. 날 것과 찬 것은 축축한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습을 더 만들어낸다. 습은 곧 열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이질은 습열(濕熱)이 장위(腸胃)에 많이 몰려 생기는 것으로 그 병은 다 열증(熱症)이다.


적리(赤痢)는 피가 나오는 것으로 소장에서 온 것인데, 습열이 근본 원인이며 곧 혈리(血痢)를 말한다. 백리는 기에 속하고 대장에서 유래되는데, 이 또한 습열이 근본 원인이다. 적백리는 냉기와 열기가 고르지 못하여 적백의 설사가 절반씩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대장과 소장의 전도 작용 곧, 진액을 전달하고 인도하는 기능이 실조되면 발생한다.


이질의 복통은 폐경(肺經)의 기가 대장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뒤가 무지근한 것은 사기(邪氣)가 대장의 기운을 눌러 아래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장의 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여 무지근한 것이다. 이때는 압박하는 사기를 제거해야 한다. 사기가 제거되었는데도 무지근하다면 그것은 대장의 기운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뱃속이 당기듯 아프면서 뒤가 무지근할 때는 기를 고르게 해야 한다. 따라서 화열(火熱)로 생겼으면 열을 내려야 하고, 기가 막혀 생겼으면 기를 조화시켜야 한다.


기혈과 진액을 잘 흐르게 하려면?


이때 밀(蜜_꿀)이 이질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다고 한다. 꿀과 생강즙을 각각 한 홉씩 따뜻한 물에 타서 한꺼번에 마신다. 꿀은 성질이 평이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장을 편안하게 해 주어 임신부의 기를 돋우고 비기(脾氣)를 길러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멎게 하는 치료의 효과가 있다. 동시에 대장의 기능도 향상된다.


『난경』에서 대장은 ‘광장(廣腸)’이라고 한다. 광은 ‘넓게 퍼뜨리다’의 뜻이다. 넓게 퍼뜨리려면 먼저 여유가 있어야 하고, 뭐든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대장은 모든 장기의 찌꺼기를 다 받아들이면서 그 찌꺼기 안에서 기혈과 진액을 다시 걸러 소장, 심, 신, 방광 등으로 잘 흘러갈 수 있게 해준다.


자림, 자수, 자리는 임신 중 균형이 깨졌음을 알려주는 빨강 신호등이다. 내 몸 하나만 건사하다가 새로운 생명과 공생하려니 물이 부족하거나,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열이 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 몸 하나만 챙기는 마음으로는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쿠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한 것처럼. 엄마와 아기도 공동체적 연대 정신으로 계절변화와 몸이 주는 신호에 균형을 맞춰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세상과 만나야 이 세 가지 난코스를 무사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글_용재(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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