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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좋다

정화스님 멘토링 - 회사일과 공부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by 북드라망 2015. 3. 6.



정화스님 멘토링 - 스님, 질문 있어요!
삶, 조금은 다르게 보기




1. 글쓰기를 할 때마다 부담됩니다.

Q.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원래 있던 공황장애가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휴학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공부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감이당 그리고 남산강학원에서 장기프로그램을 하는 학인들은 누구나 글을 써야 한다. 한 학기당 1번씩 그러니 1년에 4번 정도다. 질문자뿐만 아니라 학인들 모두가 에세이를 부담스러워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질문과 코멘트를 받는 행위(?)는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님 : 우리는 글을 쓰는 노력은 하지 않고 글을 잘 쓰려는 욕망만 앞섭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책들은 절대 쉽게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남과 경쟁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스님은 말씀하셨다. 한 번에 글을 잘 쓰려는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공부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글쓰기를 빨리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면 안 되는 것이다. 문득 긴 연습생 생활을 하는 아이돌이 생각났다. 아이돌의 연습생 기간은 대략 3년에서 10년 정도이니 평균 7년은 연습생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돌도 그 정도의 노력으로 가수가 되는데 고작 1년을 공부해놓고 글이 늘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바로 ‘나는 지금 연습생이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글쓰기에도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왜 글을 잘 쓰고 싶었을까? 대부분은 인정욕망 때문이다. 글을 잘 썼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누가 칭찬해주지 않으면 의미를 찾지 못하는 아이처럼. 사실 1년 동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외부의 시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전과 다르게 사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공부였다. 또한 나 자신이 변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까봐 두렵기도 했다. 글쓰기란 보기 좋고 매끄럽게 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점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는 도구라는 것도 스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다.  



2. 회사 일과 공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Q : 회사 일을 하고 있다가도 문득 감이당 숙제가 생각나 숙제를 하다 보면 회사 일이 걱정됩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숙제가 걱정되고요. 결국,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못합니다.

스님 : 회사와 공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보는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요. 특히나 젊은 사람들은 인생을 다르게 보는 힘이 부족합니다. 꾸준히 공부하게 되면 같은 상황이라도 새롭게 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님은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나의 삶이 소외되지 않도록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직장생활 2년 차다. 1년은 일만 했고 나머지 1년은 감이당 공부를 병행하며 다니고 있다. 감이당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였다. 회사-집, 집-회사가 반복되는 일상.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첫 직장에 다니면서 평일에는 최대한 우울하게 지냈다. 그러다 주말이 다가오면 온갖 약속을 잡아 바쁘게 놀았다. 기쁘다가 우울했다가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지겨워지면 여행계획을 세운다. 그리고는 훌쩍 떠나 마치 현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지낸다. 그러니 다시 회사를 가야 하는 일요일 저녁이나 여행의 끝자락이 되면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렸다.




감이당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겉 모습은 그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침에 회사 갔다가 저녁이면 연구실로 돌아와 공부하는 것이 내 일상이다. 하지만 난 예전처럼 일상이 지겹지도 우울하지도 않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마도 스님 말씀대로 공부를 통해 같은 일상이지만 다르게 볼 수 있게 돼서 그런 것 같다. 풀집에서도 언니들과 다투기도 하지만 내 욕망을 보고 나면 언니들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게 인생을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3. 친정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Q. 친정엄마는 엄마 스스로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십니다. 자식이 잘 한다고 하는 대도 엄마는 만족스러워하지 않으십니다. 엄마는 내가 너희에게 할 거 다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화를 내십니다.

스님 : 엄마에게 아무리 화를 내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엄마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엄마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스님은 엄마 나름대로는, 화를 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유야 어쨌든 엄마가 화를 내는 이유는 엄마가 온전히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존중받고 싶은 표현이 화를 내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딸에게 엄마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느낌^^;; 사진은 영화 <와일드> 중 한 장면



매년 1월 1일이 되면 절에 가는 것이 우리 가족의 연초 행사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할머니가 다니는 절로 출발한다. 예불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올라왔다. 새해이니 메뉴는 당연히 떡국. 한참 떡국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다 먹은 그릇을 모으셨다. 그리고 주방 안쪽에 계신 보살님을 부르시려고 했다. 이걸 빨리 주방에서 가져가야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다면서. 아직도 먹지 않은 가족이 있는데 무리하게 그릇을 가지고 나가려고 하셨다. 그래서 결국 떡국을 먹던 외숙모가 할머니 대신 의자와 의자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나가 그릇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천천히 다 먹고 난 후 먹은 그릇을 가져다 놓으면 되는데 할머니는 왜 그렇게 성급한 것일까? 집에 가면서 할머니께 할머니가 주방 안에 있는 사람을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그릇을 가져가라고 하면 더 바쁘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건 충분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씀드렸다.


스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나는 70평생 그렇게 살아오신 할머니에게 내 생각이 옳다는 식으로 말했음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도 분명 질문자의 어머님처럼 그렇게 행동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제 좀 컸다고 어른들 말을 딱 잘라 말할 때가 있다. 어제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때문에 살기 힘들다면서. 나는 어른인 척 하며 ‘엄마보다 힘든 사람들은 세상에 더 많아’라고 말했다. 엄마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이다.


스님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잘해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화를 내고 아빠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아도 나는 그저 엄마를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하지만 역지사지 해보자. 엄마도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지 않는가.  

...

스님과의 멘토링에서 남의 고민을 듣지만 오히려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가 많다. 나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 풀리지 않던 문제가 스님의 넓은 시야를 통하면 신기하게도 다르게 보인다. 공부란 끊임없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힘이 아닐까 싶다.


글/정리_이소민(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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